통화스와프도 추경호·이창용 모두 '시기상조'라며 협의 단계
尹, 29일 해리스 부통령 만나 추가논의…다만 주의제는 북핵
"한일관계, 文정부 때 퇴조해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단계"
먼저 민관협의체 대안 제안 등으로 공감대 형성 우선 할 듯
韓총리, 27일 아베 국장 참석해 기시다 총리와 추가논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하며 미ㆍ일 정상과 만났다. 하지만 회담들이 축소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한미 통화스와프, 일본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규제 등 현안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는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IRA에 따른 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 우려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번째 만남임을 강조하며 한일관계 회복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IRA에 대해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그 대신 장관 베이스와 양국 NSC(국가안보회의) 베이스에서 더 디테일하게 빨리 논의해 바이든 대통령하고는 최종 컨펌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며 “IRA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저희가 확인했고, 긍정적 방향으로 우리 기업에만 별도의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된 만큼 실무협의를 마친 뒤 정상 차원에서 재가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백악관 NSC가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결과를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애초 정부와 기업 각급에서 IRA 문제를 미 측과 협의해온 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미 통화스와프도 양국 정상의 담판보다 실무협의가 완성된 뒤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모두 미 측과 협의 중이라면서도 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라서다.
추 부총리는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제기구 등에서도 한국은 대외 건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럴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봤다”면서 ‘시기상조’라는 진단을 내놨고,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도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IRA와 통화스와프 등 현안에 대한 추가 논의는 오는 29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면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상황인 만큼 주요 의제는 북핵 위협 대응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뉴욕에서 30분 간 약식회담을 벌였다. 하지만 강제징용 등 민감한 의제는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사전에 이뤄진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일본 외무성은 강제징용 배상은 무효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청사에서 "한일관계는 이렇게 한 술에 배부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퇴조했다"며 "그래서 일본 내 여론과 우리 국민 여론을 잘 살펴 무리 없이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양국 정상화를 아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한일 관계가 정상화하면 양국 기업들이 서로 투자해 양쪽에 일자리도 더 늘 것이고 양국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래서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단계적인 한일관계 회복 방침을 내놓은 만큼 이 또한 바텀업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민관협의체를 통한 대안 마련 및 제안을 통해 실무적인 협의를 진전시킨 후에 양 정상이 담판을 짓는 식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민관협의체와 피해자 측 의견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바 있다.
일본과의 추가 논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27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에 참석하면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는 자리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한 총리는 방일한 해리스 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