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통화스와프·강제징용, 尹 복안은?…‘바텀업’ 방식 전환

입력 2022-09-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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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대신 장관·NSC 세부논의 후 바이든 컨펌 방식"
통화스와프도 추경호·이창용 모두 '시기상조'라며 협의 단계
尹, 29일 해리스 부통령 만나 추가논의…다만 주의제는 북핵
"한일관계, 文정부 때 퇴조해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단계"
먼저 민관협의체 대안 제안 등으로 공감대 형성 우선 할 듯
韓총리, 27일 아베 국장 참석해 기시다 총리와 추가논의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ㆍ미국ㆍ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하며 미ㆍ일 정상과 만났다. 하지만 회담들이 축소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한미 통화스와프, 일본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규제 등 현안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는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윤 대통령은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IRA에 따른 국산 전기차 보조금 배제 우려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번째 만남임을 강조하며 한일관계 회복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IRA에 대해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그 대신 장관 베이스와 양국 NSC(국가안보회의) 베이스에서 더 디테일하게 빨리 논의해 바이든 대통령하고는 최종 컨펌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며 “IRA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저희가 확인했고, 긍정적 방향으로 우리 기업에만 별도의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협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된 만큼 실무협의를 마친 뒤 정상 차원에서 재가하는 ‘바텀업’ 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백악관 NSC가 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해 결과를 대통령실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애초 정부와 기업 각급에서 IRA 문제를 미 측과 협의해온 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 담판을 지을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통화스와프도 양국 정상의 담판보다 실무협의가 완성된 뒤에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모두 미 측과 협의 중이라면서도 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라서다.

추 부총리는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국제기구 등에서도 한국은 대외 건전성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럴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봤다”면서 ‘시기상조’라는 진단을 내놨고,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도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IRA와 통화스와프 등 현안에 대한 추가 논의는 오는 29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면담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상황인 만큼 주요 의제는 북핵 위협 대응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뉴욕에서 30분 간 약식회담을 벌였다. 하지만 강제징용 등 민감한 의제는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사전에 이뤄진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일본 외무성은 강제징용 배상은 무효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관계 회복에 공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청사에서 "한일관계는 이렇게 한 술에 배부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퇴조했다"며 "그래서 일본 내 여론과 우리 국민 여론을 잘 살펴 무리 없이 관계 정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양국 정상화를 아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한일 관계가 정상화하면 양국 기업들이 서로 투자해 양쪽에 일자리도 더 늘 것이고 양국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그래서 앞으로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는 강력하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단계적인 한일관계 회복 방침을 내놓은 만큼 이 또한 바텀업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민관협의체를 통한 대안 마련 및 제안을 통해 실무적인 협의를 진전시킨 후에 양 정상이 담판을 짓는 식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민관협의체와 피해자 측 의견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바 있다.

일본과의 추가 논의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는 27일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에 참석하면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는 자리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한 총리는 방일한 해리스 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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