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금통위 ‘빅스텝’ 불가피…킹달러 가속 무역수지도 악화
외국인 자본이탈 본격화 우려…줄잇는 악재 4분기 증시 캄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에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이탈하며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가파른 원·달러 환율 상승과 각국의 금리 인상에 2200선 마저 무너질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기업이익이 줄면 2000포인트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2%(69.06포인트) 하락한 2220.94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 2215.36포인트까지 내려가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2220선 마저 붕괴했다. 종가 기준으론 2년 전인 2020년 7월 27일(종가 2217.86) 이후 가장 낮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장중 고점인 3316.08(6월 25일) 대비 10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올해 연중 최저점인 2276.63(7월 4일 장중 저가)을 뚫고 내려가면서 연이어 연중 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3분기 짧은 서머랠리를 겪은 한국증시는 4분기 들어서도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 격차를 좁히기 위해 10월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 회의를 통해 더욱 빨라진 연준의 긴축 속도가 확인된 만큼 한은의 대응도 보다 빨라질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다가올 10월 금통위에서 다시 한번 50bp(1bp=0.01%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다.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와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도 변수다. 연준이 일정 시점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는 인상을 준 탓이다. 중국 변수로는 다음 달 당대회와 3분기 GDP(국내총생산)가 꼽힌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선 미·중 갈등 심화, 러·우 긴장감 고조 등도 증시 투심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잠정실적 발표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도 향후 시총 상위 종목들의 주가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은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를 인용해 내년에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10% 줄어들면 코스피는 2000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이익이 5% 감소하면 코스피는 5.29% 줄어드는 셈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코스피 기업들의 EPS가 올해보다 5∼10%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코스피 적정 수준은 1920∼2020으로 계산돼 지금보다 11∼16% 하락 여지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간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본격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외국인은 7월(2조3215억 원), 8월(3조6501억 원)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했으나, 9월 들어 약 2조 원어치 팔며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확대된 한·미 금리 격차가 국내 자본유출을 부추겼다. 외국인 투자자가 금리가 높은 쪽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여기에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원·달러 환율도 외국인 자본 이탈의 명분이 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20원에 이어 1430원 마저 돌파했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 9월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1~20일 기준)로 6개월 연속 적자가 유력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특정 월에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다음 달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도할 확률은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때보다 평균적으로 28.3% 높다. 이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률은 75.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환 NH투장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한 차례 더 연준의 긴축 전망이 강해진 만큼 투자자들이 단기에 낙관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환율은 상승 속도로만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이어 가장 빠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