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 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으로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돌파했다. 금융위기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공포가 시작된 2020년 3월에도 원·달러 환율은 1280원 선을 지켰었다.
투자자 심리도 안전자산인 달러로 향하고 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달러 초강세 흐름이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추가로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나눠 매수하는 방법으로 달러 자산을 늘려가라고 조언한다.
연준은 올해 남은 두 번(11월·12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공산이 크다. 21일(현지시각)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해 추가 인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함께 달러화 초강세 현상은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당분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원·달러 환율도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조치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1400원을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주중 한때 1400원을 돌파하며 1450선을 1차 저항선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며 “달러 강세를 꺾어줄 트리거 포인트가 부재해, 달러 강세 환경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가 돼서야 약세 전환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2일 111대를 돌파했다. 이에 고강도 긴축으로 투자심리가 한껏 위축됐던 개미들은 달러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기초적인 달러 투자법에는 은행 외화 예금이 있다. 이는 은행에서 달러 예금에 가입한 뒤,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로 환전된 채 적립되는 방식으로. 예금 이자에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환전, 또는 인출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므로 수수료보다 달러 가치가 더 높아야만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은행 외화 예금 외에도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투자도 주목받고 있다. 달러 RP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증권사가 미국 국채 등을 산 뒤 투자 수익인 이자를 달러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환차익을 누린다는 점에선 외화 예금과 비슷한 구조지만, 이자율은 RP가 더 높다. 다만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도 주식 투자자라면 달러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려할 수도 있다. 달러 ETF는 달러 가치에 직접 연동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달러 가치가 높아진 만큼 장기 투자자에게는 지금이 원화 매수 기회라고도 조언한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1400원대로 너무 빠른 속도로 환율이 올라왔고 정부 대응도 강화되고 있는 데다, 결국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평균치로 회귀한다는 경험적인 사실을 감안하면 장기 투자가들에게는 이제 원화에 대한 가격 매력도가 부여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