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의 대량 매각과 경영개선 추진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 후로 10년, 다시 한 번 해운업계를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한진해운은 또 다시 위기극복을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에 따른 실물 경기 위축으로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전략적 마케팅을 통한 수익성 강화, 저원가 체제 구축으로 원가경쟁력 강화, 전사적 위기 관리 강화, 안정적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에 중점을 둔 경영활동을 금년도 운영방침으로 확정했다.
특히 앞으로 찾아올 수 있는 잠재적인 위기에 대한 극복 방안으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를 선택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필연적으로 사업부문의 다각화를 필요로 했으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해운연계 물류사업으로 진출을 모색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해운 불황기에도 수입을 창출해낼 수 있는 ▲3자물류 ▲터미널 운영 ▲수리조선소 ▲선박관리업 등의 해운연계 물류사업에 진출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선 및 벌크선 사업과, 터미널, 해운물류 연관 신규사업 등 각 사업 부문별 균형 있는 발전을 유도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비전 2017'으로 요약되는 매출액 25조원, 영업이익 2조원, 기업가치 15조원 달성을 경영비전으로 제시하고, 글로벌 종합물류와 연관된 신규사업에 진출을 검토하는 등의 중장기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 연계 신규 사업 진출로 시너지 효과 창출
한진해운은 3자 물류 사업과 수리 조선소 사업, 해외 터미널 운영 사업, 선박 관리업 등 해운 물류 연계 사업의 신규 진출로 사업시너지 효과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우선 해운선사와 고객 사이에서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 해운 불황기에도 물류서비스에 대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3자물류사업을 위한 자체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고객 서비스 능력을 제고하고, 아시아와 구주에 물류법인을 추가 설립하고, 주요거점들은 자체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사업역량 강화 및 영업활성화에 매진하고 있다.
◆ 조선사 물량 유치 및 자체 운송서비스 강화
지난 수 년간 이어진 조선업 경기의 호황으로 선박 수리를 담당하던 수리조선소들이 대부분 선박 건조를 위한 시설로 변경됐다.
한진해운은 이 점에 착안해 중국 상해 양산항에서 약 30km떨어진 취산도에 수리조선소를 건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동차가 팔리지 않더라도 운행 중인 자동차는 정비소가 꼭 필요한 것처럼 해운불황에도 수리조선소는 꼭 필요하다"며 "이는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해운사를 모체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 수리물량 확보 및 공동체 선사의 물량까지 손쉽게 유치가 가능하고, 한진해운 선박을 우선 수리할 수 있어 한진해운의 운송서비스 유지에 공헌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건설 중인 수리조선소는 저장성(浙江省) 취산도에 안벽 길이 총 1900m에 달하는 대규모로, 오는 4월 15만톤급과 30만톤급 도크 1기씩이 건설돼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이후 40만톤급 도크 1기도 추가 건설할 계획이며, 8000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 수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전용 수리 조선소 건설로 현재 운항중인 대형 선박들의 보다 안정적인 유지, 보수가 가능할 것"이라며 "아울러 다른 선사 선박의 수리 물량을 확보하여 추가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화물운송을 담당하는 선박은 5년에 2차례씩 입거수리를 하고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으로 보이며, 정상 가동시 연간 150척의 선박을 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서비스 차별화로 터미널 사업 확장
한진해운은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로 해외 터미널 운영사업을 집중 육성, 글로벌 터미널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해운업계에서는 선박 대형화·현대화 등으로 선사간 서비스 차별화가 어려운 시점에서 전용터미널 보유를 통해 원활한 컨테이너 운송과 타사 선박의 유치 등 추가적 수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도 지난 2006년 9월에 호주 맥쿼리 은행의 인프라 펀드인 엠코프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 대만과 일본의 전용 터미널 운영을 위해 한진 퍼시픽(Hanjin Pacific)을 설립해 본격적인 해외 터미널 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한, 지난해 9월 개장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전용터미널을 포함 현재 총 12개의 전용터미널(국내 4개, 해외 8개)을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 부산 신항 개장과 함께 베트남 탄캉카이멥(Tan Cang-Cai Mep),스페인 알헤시라스 (Algeciras), 미국 동안 잭슨빌 (Jacksonville) 등 신규 터미널 건설 및 확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진해운은 보유중인 선박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Hanjin SM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운물류 연계사업에 다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지난 2월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친 한진해운의 부산 신항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부산신항은 새로운 방식의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12기와 수평 배열의 무인화 야드 크레인(ARMGC, Automated Rail Mounted Gantry Crane) 42기 및 싸이버로지텍㈜에서 개발한 무인 자동화 터미널 운영시스템 등 첨단기술이 적용됐다.
갠트리 크레인의 가장 큰 특징은 탠덤(Tandem, 한번에 40피트 컨테이너 2개 또는 20피트 컨테이너 4개를 양·하역 가능)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이는 국내 최초 사례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크레인 가격이 기존 가격보다 20% 정도 높았지만 국내외의 대형 허브 항만들과의 생산성 경쟁을 위해서 12기 전체를 탠덤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탠덤 방식 이외에도 신항 갠트리 크레인에는 많은 최신 크레인 하역 기술이 채택되었다.
옵티멈 패스 콘트롤이라는 기술적용으로 컨테이너를 하역할 때 쓰이는 '스프레더'가 최단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CAS (Chassis Alignment System, 야드 샷시 정차 시스템)를 통해 야드 샷시의 정확한 정차 지점을 알려주어 야드 트랙터 기사가 정차 위치를 빨리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한진해운이 신항 야드 크레인 장비 전체를 무인으로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 역시 인건비(고정비) 절감을 통한 터미널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였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신항은 야드 크레인 무인화를 통해 기존 유인 방식의 야드 크레인 운영 인력 대비 약 100여명의 인력 축소로 연간 약 50억원 이상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까지 국내 터미널들은 일부 장비에 대해서만 무인 자동화의 시도가 있었지만, 야드 전체를 무인자동화를 선택한 것은 일부 유럽, 미주의 터미널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몇 군데에 손꼽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 시스템이 뒷받침되어 주어야 가능한 기술이를 것이 회사측의 설명.
한진해운 관계자는 "우리회사 신항 자동화 장비는 24시간 작업을 통해, 선박이 접안하지 않은 심야 시간에도 자동화 프로그램에 따라 야드 크레인이 무인 자동으로 야드 내의 컨테이너를 다음 선박 작업에 유리하도록 구내 이적작업을 수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신항에서는 이외에도 본선 및 야드 트랙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야드 트랙터 풀링 방식을 도입해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설비를 통한 실시간 차량 위치 추적 기능을 갖추는 등 각종 첨단설비가 갖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