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비중, 15%→4% 축소
달러 기준 평균임금, 한국과 동등 수준…11년 전에는 2배 달해
외국인 투자자·인재들에 일본시장 매력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일본 명목 GDP 전망치는 553조 엔(약 5375조 원)이다. 이를 달러·엔 환율 140엔 기준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약 3조9000억 달러다. 전망대로 일본 GDP가 4조 달러를 밑돌게 되면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 되는 것은 물론 4위 경제국인 독일과 거의 비슷해진다.
올 들어 지금까지 달러·엔 환율 평균은 127엔 정도이지만, 엔화 약세가 더 심해지거나 지금의 추세를 유지하면 올해나 내년 GDP 4조 달러 붕괴 가능성이 커진다.
달러로 환산한 경제규모는 일본이 버블경제 붕괴 직후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 경제가 성장이 멈추는 동안 글로벌 GDP는 30년간 4배 팽창해 전 세계 GDP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이상에서 4% 미만으로 축소됐다. 2012년에 일본 GDP는 6조 달러를 넘어 독일보다 80%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불과 10년 만에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엔화 환율이 140엔 선을 유지하면 평균임금도 연 3만 달러로 3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닛케이는 추산했다. 올해 엔화 가치 하락률은 한국 원화를 웃돌고 있어 달러 환산 기준 평균임금이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이미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임금이 역전된 상황이지만, 명목 기준으로도 한국에 따라잡힌 셈이다. 2011년에는 한국과의 임금 격차가 2배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와 인재들에게 일본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닛케이는 우려했다. 과거 엔저 국면에는 외국인들이 기업 실적 호조를 기대하며 일본주를 사들였으나 올해는 오히려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올해 1~8월 일본주식을 2조7000억 엔 순매도했다. 일본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확대해 엔화 가치가 급락했던 2013년 1~8월 9조1000억 엔 순매수한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이 일본주 운용성적 평가에 사용하는 달러 기준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 하락률은 올 들어 지금까지 23%에 달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42%) 이후 가장 높았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통화 가치 하락은 국력을 저하시킨다”며 “또 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할 수 없게 돼 성장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엔저로 인해 임금도 30년 전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일본의 구매력과 인재유치 능력을 약화하고 있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초점을 맞춰 임금도 오르고 통화도 튼튼한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