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 도착한 첫날 숙소로 이동하다 스톡홀름 중앙역 앞 광장을 지나가게 됐는데, 선거 기간인 만큼 이곳에는 각 정당의 홍보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홍보부스에서는 당의 핵심 정책이 담긴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숙소가 인근이어서 취재원을 만나러 갈 때면 매번 이곳을 지나가야 했는데, 조금 낯선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당원과 유권자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던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길거리에서였지만 이들의 토론은 진지했다. 1대 1로 혹은 1대 다수로 서로의 의견을 조용하지만, 열정적으로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웨덴 현지 교민에게 물었더니 ‘스웨덴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권자가 투표를 하기에 앞서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정책이 어떤 정당과 부합할지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선거 문화가 자리 잡게 된 데에는 토론과 타협을 중시하는 북유럽의 사회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지만, 스웨덴 국회가 100% 비례 대표제로 운영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100% 비례 대표제로 실시되다 보니 인물이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의 선거 운동은 정당과 정책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웨덴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다수 정당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번 선거에는 총 8개 정당이 출마했는데, 중도좌파 정당연합에 속한 사회민주당 등 4개 정당과 우파 정당연합에 속한 극우성향의 스웨덴민주당 등 4개 정당이 있다고 한다.
정당의 수만큼 의견도 다양한 까닭에 스웨덴 주요 언론사에서는 주요 선거 이슈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자신의 정치·사회 성향에 맞춰 각 정당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을 살펴볼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단다.
‘극단적인 양당제’로 퇴행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당 정치’는 없어진 말이 됐다. 국민의 목소리마저 양극단으로 갈라졌고, 소수의 목소리는 허공에 부딪혀 사라지고 있다.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로 수많은 사람이 정치 양극화와 인물 중심 정치를 꼽는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새로운 ‘인물’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스웨덴이라고 문제가 없겠는가. 다만 투표의 목표가 “내가 원하는 정치인을 당선시키자”가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얼마나 누가 잘 구현해 주느냐”일 수 있다는 점은 조금 부럽다.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