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발일인 오는 18일 중앙윤리위원회를 열기로 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의 '제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대표를 당에서 완전히 축출하고 가처분 소송 당사자 적격 자격을 소멸시켜 법원의 각하를 이끌어내려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이번 계획이 단기적인 성과는 낼지 몰라도 이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43년전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제명 사건을 연상시켜 체급을 올려주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6일 “당 윤리위가 오는 28일로 예정된 회의에 앞서 18일에 전체회의를 추가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당내 친윤석열계 정치인을 상대로 쏟아낸 강성 발언과 당의 주요 결정을 부정하는 행보를 해당 행위로 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리위는 지난 1일 입장문에서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이 전 대표의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을 추가 징계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를 추가 징계한다면 윤리위 규정에 따라 1차 징계(당원권 정지 6개월)보다 강한 징계를 받는다. 정치권은 탈당권고 혹은 제명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소명 절차 없이 18일 바로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규상 징계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하면 윤리위원 재적 과반수의 의결로 소명 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추가 징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윤리위가 무리수를 두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윤리위가 열리는 시점이 이 전 대표가 미리 예견한 ‘가처분 각하 시나리오’와 일치한 점도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나와 “그 사람들(국민의힘)이 몇 달 간 살펴보면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어디 가면 꼭 그때 일을 벌인다”면서 윤 대통령 귀국 전 윤리위가 자신에게 제명 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를 근거로 가처분 재판부에 ‘이준석은 당원이 아니니 가처분을 낼 자격이 없다’고 해 재판부가 각하시킬 것이란 시나리오다. 각하란 재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재판 자체를 하지 않는 결정을 말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리위 개최 소식을 전하며 “와우. 대통령 출국 시점에 맞춰. 바로 직후에”라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그동안 머물렀던 대구ㆍ경북(TK) 지역을 떠나 부산ㆍ경남(PK) 지역을 방문하겠다고 예고했다. 지역 당원들을 만나겠다는 이유지만, TK에 머물며 책을 집필하겠다고 했던 기존 계획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1979년 10월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YS가 의원직을 제명당했던 사건을 데자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YS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공화당은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일탈하여 반국가적인 언동을 함으로써 국회의 위신과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신민당 총재직 박탈과 국회의원직 제명을 결의했다. 이어진 YS 가택연금은 '부마항쟁'의 불씨가 됐고, 이는
10ㆍ26 사태로 이어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의 계획을 매번 한 발 앞서 공개하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자신을 제명할 것이라는 것까지 미리 예고했다"면서 "이런 와중에 YS제명 사건으로 부마항쟁이 촉발된 PK지역으로 이동한 것은 자신의 제명을 YS와 오버랩 시켜 지역 민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