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국 생산’ 기조가 제약바이오 분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관련 내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백악관은 온라인 설명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제약바이오 분야의 자국 생산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13일 본지 취재결과 국내 업계는 “세부적인 의약품 품목과 보험약가 적용, 인센티브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한 의약품 공급망 문제 해소 차원으로 보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13일 본지와 통화에서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헬스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미국이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나온 일련의 조치이고 예견됐던 것”이라며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자국 생산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확보, 중국 견제에 따른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확보 등의 다양한 목표가 담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료의약품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생명과 안보에 직결된 의약품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도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코로나로 촉발된 의약품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으로 판단된다”며 “자국민에게 필수의약품약품을 안전하고 원할하게 공급할 국가 책임을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미국 내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몰라 향후 세부적인 내용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우방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라는 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4만 여개의 완제의약품을 모두 포함할 수는 없다. 또한 자국 생산 의약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차원이고, 대상 의약품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우리 입장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원활한 의약품 공급이 목적인 만큼 전면 수입 금지 등의 조치는 불가능하다. 메디케어 등 공적보험을 통해 자국 생산 의약품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형태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럼에도 업계는 이번 발표의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내 완제·원료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국 수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어서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수출실적은 11조36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0%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 국가별로 독일에 이어 미국인 2위로 수출액은 1조4100억 원이었다. 이에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관련 내용을 확인하며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확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특성상 자국 생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경쟁력을 갖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미국과의 의약품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택 원장도 “국내 원료의약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이 원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십 확보를 위해 동맹이자 동반자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바이오 원료나 합성 의약품 원료 등에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