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1부의 4권 ‘너 어디로 가니’에서 고(故) 이어령 선생은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게임은 지역마다 오징어가이상, 오징어다방구, 오징어가생이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일본 기원설이 오르내렸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1부 ‘한국인 이야기(전 4권)’와 2부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전 6권)’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삼은 시리즈로 저자가 작고하기 10년 전부터 준비했다. 이어령 선생은 이번 1부 4권에서 ‘문화유전자’ 등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국의 미래를 진단했다.
흥미로운 챕터가 많은데, 특히 저자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어령 선생은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남을 해치고 죽여야 한다. 그런 비정한 어른들의 세계를 ‘오징어 게임’이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폭이 나오고 빚쟁이, 목사, 은행 지점장, 장기밀매 의사, 외국인 노동자, 유리 기능공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캐릭터로 나온다. 완력으로 누르고 배신하며 별의별 꾀를 써서 속아 넘겨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이는 ‘착한 사람’”이라며 “지성을 상징하는 조상우(박해수 분)가 휴머니티를 상징하는 성기훈(이정재 분)을 이길 수가 없다”고 적었다.
지성이 휴머니티를 이길 수 없다는 저자의 진단은 의미심장하다. 꾀를 써서 서로를 죽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서바이벌에서 결국 승자가 되는 성기훈은 사랑과 희생의 가치를 놓지 않았다. 이어령 선생은 바로 이 사랑과 희생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저자는 “기훈은 상우를 죽여야만 게임에서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죽음과 맞닥뜨리니 죽일 수 없었다. 상우는 그런 기훈에게 자기 어머니를 부탁하며 자결하면서 게임은 끝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을 죽여도 된다고 여기지만, 그게 인간 본성이라 여기지만, 아니다. 본성에는 착함이 있다. 인간은 인간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인류가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드라마는 이 난폭한 현실의 오징어 게임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식은 사랑과 희생에 있다고 말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