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오르면서 7개월 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국제 유가 하락에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한 영향이다. 다만, 여전히 5%대의 고물가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채소를 비롯한 농산물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통계청은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6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진 건 올해 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1월 물가는 3.6% 올라 전달인 작년 12월(3.7%)보다 상승률이 소폭 둔화했다. 지수로 보면 전월(108.74) 대비 0.1% 하락했다. 전월 대비 하락은 2020년 11월(-0.1%) 이후 21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에 4%대를 넘어섰다. 5월(5.4%)에는 5%대를 돌파했고, 6월과 7월엔 각각 6.0%, 6.3%씩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8월에는 3개월 만에 5%대를 기록하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품목별로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등 공업제품의 둔화세가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공업제품의 상승 폭은 7.0%로 전월 8.9%보다 내려갔고, 물가 기여도도 전월 3.11%포인트(P)에서 2.44%P로 하락했다. 석유류는 19.7% 오른 가운데, 등유(73.4%), 경유(30.4%), 휘발유(8.5%) 등의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다만,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는 전월(35.1%)보다 10.0% 하락해 1998년 3월(-15.1%)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그러나 농·축·수산물과 개인서비스의 상승세는 여전히 가팔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0% 상승했고, 이중 채소류(27.9%)를 포함한 농산물 가격은 10.4% 올랐다. 농산물 가격의 상승률은 지난해 6월(11.9%) 이후 최고 수준이다. 비료비 등 전반적인 생산비가 상승한 가운데, 잦은 강수 등의 기후 여건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채소류에서는 배추(78.0%), 호박(83.2%), 오이(69.2%), 파(48.9%) 등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축산물(3.7%)과 수산물(3.2%)의 상승 폭은 전월보다 낮아졌다.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외식 가격은 8.8% 오르면서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품목 중에서는 치킨(11.4%), 생선회(9.8%) 등의 가격이 올랐다. 개인서비스의 기여도도 1.88%P로 전월(1.85%P)보다 확대됐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4.4%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4.0% 상승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6.8% 올라 전월(7.9%)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신선식품지수는 14.9% 상승해 전월(13.0%)보다 오름세가 커졌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정점과 관련한 질문에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과 같은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악화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면 정점의 가능성도 실질적으로 있다"면서도 "오펙 플러스(OPEC+)의 감산 가능성이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국제 유가나 곡물 가격이 반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에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