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8월 무역적자가 94억7000만 달러로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래 월 기준으로 66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월부터 5개월째 연속 적자도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수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에너지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수입이 대폭 증가한 때문이다. 올해 누적 적자는 247억2700만 달러로 불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통계에서 지난달 수출은 56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6.6%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수입은 661억5000만 달러로 28.2% 폭증했다. 주요 품목 가운데 석유제품·자동차·2차전지 등의 수출이 크게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최대 상품인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감퇴와 가격 하락으로 7.8%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26개월 만이다. 선박과 무선통신·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도 상당폭 줄었다.
수입은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이 185억2000만 달러로 91.8% 급증했다. 무역적자의 주된 요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는 것은 최대 위험 신호다. 수출여건은 악화일로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공격적 금리인상과 긴축 기조로 수요가 줄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 후퇴도 뚜렷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에너지·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이들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
수출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 기여도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집계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전 분기 대비 0.7%로 나타났다. 1분기 0.6%에 비해 약간 높아졌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 조치 해제로 민간소비가 2.9% 늘고, 사회보장 현물 수혜 등 정부소비도 0.7%, 설비투자가 0.5% 증가한 덕분이다. 그러나 수출이 전 분기보다 3.1% 줄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의 성장률 기여도가 각각 1.3%포인트(p), 0.1%p인 데 반해 수출은 -1.0%p였다. 수출 부진을 소비가 지탱한 성장이다. 하지만 수출 둔화로 성장 흐름이 약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놓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 원의 무역금융 공급, 중견·중소 수출기업 보증한도 확대, 현장 애로 및 규제의 신속한 해소 등의 방안이다. 단기 처방도 중요하지만, 구조적 무역적자를 반전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수출 경쟁력 제고 전략이 시급하다. 기술 초격차 확보, 첨단 신산업 육성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수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수많은 기업규제를 제거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수출은 우리 경제의 최대 버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