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최근 6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낸 사실이 알려지며 상속세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김 창업자가 별세하면서 유족인 유정현 NXC 감사와 두 딸은 1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상속받게 됐다. 여기에 상속세 최고세율 50%와 보유 지분이 과반일 때 붙는 최대주주 할증 15%를 추가로 적용하면 유가족이 낼 상속세는 상속 자산의 65%인 6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삼성가 유족들이 낸 12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상속세 규모다.
유 감사와 두 딸은 주식 기반 옵션 계약과 배당금을 통해 최대 10년간 상속세를 나눠서 낼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세 신고 기한은 고인의 사망일이 포함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로, 유족은 김 창업자가 사망한 2월 이후 8월 말까지 상속세를 신고하고 납부해야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8월 8일 기획재정부에 ‘원활한 기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 세제 개선 의견’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전경련은 △상속세 최고세율 30%로 인하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과표 구간 3단계로 단순화 등을 건의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0개국이 자녀 등 직계비속에 상속세를 매기지 않고 있고, 나머지 18개국 중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50%)이 일본(55%)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기업 승계 시 최대주주의 주식 가격에 20% 가산해 과세하는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가 적용되면 최고세율은 60%로 일본을 제치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진다.
한국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미만은 10%, 1억 원 초과 5억 원 미만은 20%, 5억 원 이상 10억 원 미만은 30%, 10억 원 이상 30억 원 미만은 40%, 30억 원 이상은 50%를 적용하는 5단계 과표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전경련은 단기적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인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높은 상속세율이 한국 증시 저평가로 이어져 경제 전반적인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높은 상속세율로 인해 대주주들이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탓이다.
상속세를 폐지하고 상속받은 재산을 추후 처분할 때 과세하는 방식인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가는 고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12조 원가량을 주식담보 대출을 이용하는 한편 미술품 일부 2만여 점을 기부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조 원,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 원, 소아암·희귀질환 앓는 환아에 3000억 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환원으로 일부 대체했다.
아예 기업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을 잃은 사례도 있다. 세계 1위 손톱깎이 기업이었던 쓰리세븐은 2008년 15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고,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와 밀폐 용기 제조업체 락앤락 등도 해외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상속세 개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최근 기재부에서도 세제 개편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1일 기재부는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에 관한 입찰 공고를 냈다.
유산 취득세는 상속받는 자가 각자 취득하는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 용역을 통해 정부는 상속세 과세액 산출 방식, 공제 제도, 세율, 납세의무자 등 유산 취득세 전환에 따른 쟁점 사항과 대안을 모색한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상속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 취득세로 개편하려 한다”며 “(개편 작업을)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시작할 텐데 적정한 상속세 부담 체계에 관해 전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