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유럽연합(EU)이 방사성 물질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을 예방하는 의약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 주민 보호를 위해 “예방적 안전 조치” 차원에서 아이오딘화 칼륨(KI) 알약 550만 정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00만 정은 EU의 비상 비축분에서, 나머지 50만 정은 오스트리아에서 제공한다.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자포리자 원전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2만5000정의 알약을 배포하며 “예방 조치 차원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때만 약을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전에서 방사능이 새어 나오면 세슘, 스트론튬, 방사성 아이오딘 등이 방출된다. 방사성 아이오딘은 갑상샘에 축적돼 인체에 피해를 주는데 아이오딘화 칼륨 알약을 복용하면 갑상샘을 포화상태로 만들어 방사성 아이오딘의 축적을 막을 수 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인도적 지원·위기관리 담당 EU 집행위원은 “어떠한 원전도 전쟁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모든 군사행동이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는 원자로 6기 중 2기가 가동 중이다. 러시아군이 이 일대를 장악하고 있지만, 원전 운영은 우크라이나 인력이 맡고 있다. 러시아는 방어를 위해 군용 차량을 발전소 곳곳에 배치한 상태다.
최근 원전 근처에서는 포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공격을 두고 상대 소행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격 때문에 근처에 불이 나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원공급이 일시 차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안전 우려가 커졌다. 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시설 안전 점검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