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종식'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한국과도 각별한 인연

입력 2022-08-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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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EPA연합뉴스)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EPA연합뉴스)

31일 91세의 나이로 사망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냉전 종식의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옛 소련의 지도자다.

고르바초프는 54세 때인 1985년 일곱 번째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됐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냉전 종식을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그는 집권 8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화해의 악수를 해 냉전 종식의 초석을 마련했다. 1987년 12월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맺어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없애고 개발 및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역사적인 핵 군축 합의로 199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88년 5월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소련군을 철수하기 시작해 다음 해 2월까지 철군을 완료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몰타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동서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런 화해 분위기는 1990년 독일 통일과 동유럽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민주화 시위가 공산주의 동유럽 국가들을 휩쓸었을 때 그는 무력 사용을 자제해 1956년 헝가리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보냈던 이전의 크렘린 지도자들과는 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90년 한국과 수교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난이 악화돼 군부의 쿠데타 시도 등으로 정국이 혼란을 겪으며 소련이 1991년 12월 해체돼 고르바초프도 권력을 상실했다. 서방에선 냉전을 종식시킨 지도자로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고국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가 됐다. 1993년 러시아는 개혁 부작용으로 초인플레이션과 불황에 시달렸고 1998년엔 통화의 평가절하와 채무불이행, 은행 파산 등으로 시장 경제 몰락 직전까지 갔다.

고르바초프는 퇴임 이후에도 세계를 돌며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본인의 이름을 딴 고르파초프 재단 총재를 맡아 환경문제와 국제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996년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계 복귀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진 못했다.

한국과의 수교에 물꼬를 트는 등 우리나라와 인연도 깊은 인물이다.

고르바초프는 1990년 6월 4일 미수교 상태에서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소 수교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한국 북방외교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앞서 고르바초프는 같은 해 3월 소련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회담을 통해 수교 협상에 힘을 싣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북방정책 추진에 나선 한국과 페레스트로이카 노선을 선언한 소련 간 관계 개선 분위기가 형성되자 북한 김일성 주석이 직접 소련 측에 압력을 가했다.

특히 김일성이 1988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상에게 ‘소련이 헝가리식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면 모스크바주재 대사관 이외 공식 사절단의 전원 철수’를 언급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런 대외 환경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을 방문 중이었던 고르바초프가 역사적인 첫 한소 정상회담에 응했다.

고르바초프는 퇴임 이후에도 2001년, 2008년, 2009년 등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했고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 메시지를 내는 등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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