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3.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새 재정준칙을 운용준칙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재정 안정화를 위해 순지출증가율 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간된 재정포럼 8월호에 게재된 '재정혁신을 위한 재정준칙 도입 방안'에서 2020년 12월에 제안된 재정준칙에 근거한 기준선 전망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정준칙 관련 쟁점 및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제시된 재정준칙의 기준인 통합재정수지 대신 관리재정수지를 재정 관리 지표로 채택했다. 단순히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 계산하는 통합재정수지와 달리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하고 산출해 나라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아울러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것으로 방식을 단순화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가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2% 이내로 더 엄격히 관리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박노욱 연구위원은 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적자 3% 준칙 등의 내용을 담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재정준칙안에 대해 "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 확보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통합재정수지는 그동안 누적된 적립금으로 인해 적립금 고갈 시기까지는 적자를 보전해 나갈 수 있는 구조"라며 "재정준칙에 통합재정수지를 활용하게 되면, 필요한 사회보험 개혁이나 재정구조 개혁을 지연시키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7년까지 국가채무 50%대 중반을 목표로 잡은 새 정부의 재정준칙에 대해선 상당 수준의 재정개혁 없이는 달성이 어렵다고 봤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수준을 평상시에 50%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면, 미래의 위험 발생 시 필요한 재원이 확보 가능한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중기적으로는 50% 중반 수준으로 국가채무 수준의 한도를 설정해 재정 안정화의 목표로 삼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도 "재정 안정화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국가채무 앵커 수준은 유럽 중소강국의 사례를 고려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3% 상한 준칙도 운용 준칙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상한 3%의 준수를 통해 재정 안정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현행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과 같이 중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연간 목표들을 설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간 및 중기적 재정운용을 위한 지표를 통해 부채 규모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운용준칙의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관리재정수지는 경기변동 반영이 어렵다는 한계와 더불어 정부의 통제력 밖에 있는 요소가 상당 부분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재정준칙 수립 시 정부 통제하에 있으며 활용하기 용이한 순지출증가율(이자지출 포함) 한도를 활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