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심각한 反사회 범죄, 엄벌과 제도개선을

입력 2022-08-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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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매가격보다 높은 값에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로 의심되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이 1만4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주택토지보증공사(HUG), 한국부동산원과 전세 실태에 대한 합동 단속을 벌인 결과 이런 사례가 1만3961건이었고, 세입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보증금 규모는 1조581억 원에 달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경찰청에 통보해 수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가 거의 없는 ‘깡통 전세’가 대표적이다. 한 건축업자는 수도권에 다세대주택(빌라)을 지어 집값보다 높은 가격에 500여 건의 전세계약을 맺고 보증금 1000억 원을 챙긴 뒤 제3자에게 빌라를 처분하고 잠적했다. 수도권 아파트 한 동을 소유한 부동산업자는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숨기고 30여 명과 전월세 계약을 진행해 보증금을 받아 사라졌다. 악성 채무자로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금지된 어떤 임대사업자는 다른 사람 명의로 200여 명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 550억 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런 형태의 전세 사기는 내 집 없는 약자들을 갈취한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협하고 재산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반(反)사회적 범죄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전세 사기 같은 민생 범죄는 강력하게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신속한 수사를 통해 엄벌해야 한다. 드러난 사례 말고도, 지금 집값이 지방부터 전반적인 약세로 돌아서면서 ‘깡통 전세’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사기성 임대차 거래가 훨씬 많이 불거져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때보다 경각심을 높여, 전세 사기를 미연에 방지할 임대차 계약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사기 유형을 보면, 대체로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시세 데이터가 보편화되지 않은 빌라 등에서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 이들 주택에 대한 매매와 전셋값 시세를 수요자들이 제대로 파악해 깡통 전세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정보제공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전세 사기에 대비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전세금 반환보증 같은 현행 제도로도 충분치 않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나 신용 불량 문제 등을 임차인이 알 수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 반환보증 가입의 조건과 수수료 부담에 따른 문제 또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무주택 서민에게 주거안정은 가장 절박한 사안이고, 그들의 재산을 가로채는 전세 사기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나 신용정보 등을 임차인이 공유할 수 있게 하고, 반환보증 가입 의무화 같은 전세 보호를 위한 제도를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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