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2주 앞두고 주요 채소 가격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재배량이 작년보다 감소한 데다가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상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30만 원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6일 기준 시금치(상품) 4kg의 도매가격은 7만8220원으로 1년 전보다 90.5%, 평년보다 87.9% 각각 올랐다. 청상추 4kg의 가격은 6만4680원으로 1년 전보다 82.3%, 평년보다 69.0% 상승했고, 무 20㎏의 가격은 작년 동기보다 89.0%, 평년보다 28.4% 각각 상승한 2만3440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애호박 20개의 가격은 4만7660원으로 전주(2만5160원) 대비 1년 전보다 84.2% 뛰었고 평년 대비로는 67.3% 상승했다. 열무 4kg은 전년 대비 65.2%, 평년 대비 47.7% 오른 1만3220원으로 집계됐다. 배추 10kg의 가격은 1만8000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7.5% 올랐고 평년과는 큰 차이가 없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채소류는 품목별로 상승 요인이 다르다. 우선 최근 가격이 많이 오른 시금치의 경우, 기온 상승에 민감하고 재배 주기가 짧아 재배 면적과 가격 변화도 잦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시금치는 생육에 적정한 온도가 15~20도로 더위에 취약해 여름철에 물량이 제일 많이 줄어들고, 점차 가격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작황이 좋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시설에서 재배하는 시금치의 경우, 농가가 가격에 따라 얼갈이배추, 열무 등 다른 작목을 심기 때문에 가격이 자주 오르내린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무와 배추의 경우 작년보다 재배 면적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배추, 무 등 노지 채소의 경우, 보통 전년 가격을 보고 매년 재배 면적을 결정한다. 지난해 무와 배추의 물량이 많아 가격이 낮았고, 이로 인해 재배량이 줄어 가격도 오른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무와 배추는 지난해 작황이 좋고 물량이 많아 재배량도 줄었기 때문에 올해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며 "여름은 기상 이변의 영향도 있고 생산비도 높아 8월까지는 가격이 상승하는 동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솟값 등이 오르면서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처음으로 30만 원대를 뛰어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4일 전국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성수품 2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전년보다 6.8%(2만241원) 상승한 31만8045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품목별로 보면, 시금치와 무의 유통가격이 전년 추석보다 각각 144.9%, 61.6% 올랐다. 이른 추석 출하에 따른 생육 부진으로 대과의 비중이 감소한 사과도 57.3% 상승했고, 원재료 수입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밀가루도 60.7%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