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에 드라이브를 걸던 검찰이 난관에 부딪혔다. 법조계뿐 아니라 경찰과 야당도 반발하면서 계획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향후 검찰 수사권 논쟁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시행령으로 검찰청법 개정에 따른 수사권 축소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법조계, 경찰, 야당까지 단일대오를 이루며 검찰 움직임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권 축소가 시대적 흐름인 데다 관련 법까지 개정했지만 법무부와 검찰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직접 수사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무부 시행령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검찰청법에서 축소한 검찰 수사 개시 범위를 정부가 시행령으로 재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모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법무부 시행령은 즉각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 검찰청법은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범죄ㆍ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한정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개정 검찰청법 조문에 포함된 '등'을 확대해석해 검찰 직접 수사 범죄에 관한 시행령이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직접 수사권 항목 6개 중 4가지를 삭제했다는 것은 예외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은 입법자 의사에 명시적으로 반하는 내용으로 위임입법을 현저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경찰청은 검토의견에서 '검수원복' 시행령을 두고 상위법 취지와 달리 검찰 수사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ㆍ위법'이라고 규정했다. 경찰청은 "법무부가 부패ㆍ경제범죄의 의미를 재분류하고, '등'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모법을 함부로 확장해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청법 개정을 주도한 야권은 의견서를 전달하며 법무부를 규탄했다. 민주당 김회재 법률위원장과 국회 법사위 소속 김승원 의원,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26일 "시행령 개정안은 경찰이 송치한 범죄 중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의 범위를 오히려 넓힌 것"이라며 "입법이 이뤄지더라도 무효"라고 밝혔다.
의견서에는 민주당 의원 169명 전원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김홍걸, 민형배, 양정숙, 윤미향 의원 등 총 175명이 이름이 등재됐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법무부 장관이 사인으로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령의 제ㆍ개정이라는 공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해진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직접 수사범위 축소를 골자로 한 개정 검찰청법 시행을 보름도 안 남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검찰 수사권이 국정을 꿰뚫는 사안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은 시행령 개정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상위법 충돌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지점이냐고 물으면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으로 이렇게 많은 말이 나올 줄 내부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행령 개정이 현행법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입법 취지나 목적도 훼손하는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