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현지시간 9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과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세액 감면을 내용으로 하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에 서명하였고, 이어 16일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도 서명하여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의 전략산업인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조치를 실행하였다. 반도체법은 반도체시설 건립 지원(390억 달러), 반도체 R&D 지원(110억 달러) 등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미국 내 반도체공장 설치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지원(10년간 240억 달러 상당)하는 반도체촉진법(FABS Act)을 세부 법안으로 포함하는 일종의 포괄법(Umbrella Act)적인 성격을 지니는 법안이다. 이 법에는 지원받은 기업이 향후 10년간 중국 등에서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를 할 때 파운드리(위탁생산)의 경우 28나노,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14나노(현재는 10나노) 이하의 첨단장비를 도입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되었다.
반도체산업의 거대 시장으로서 중국은 우리의 경우 홍콩을 포함하면 62%로 시장의존도가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대만 또한 전체 반도체 수출의 60%, 일본의 경우 32%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의 완제품 직접 수출뿐만 아니라 이들 공장에 부품과 소재 등을 공급하는 주요 시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시안에 낸드플래시,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 등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하이닉스의 경우에도 우시에 D램과 파운드리(위탁생산), 다롄에 낸드플래시, 그리고 충칭에 테스트·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반도체 설계와 대부분의 첨단 장비를 미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의 2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전후방 연관산업 규모가 크며, 고용효과 또한 큰 산업으로 우리 경제에서 필요한 ‘좋은 일자리(decent jobs)’를 많이 창출하고 있는 국가적인 전략산업이다. 우리 기업이 미국 생산을 선택하여 지원을 받게 되면 중국 현지에서는 범용 반도체 생산에 한정될 수밖에 없고, 첨단 제품은 미국 또는 한국에서 생산하여 수출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그만큼 단가 상승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미국 내 생산을 포기하고 중국 시장을 선택한다고 해서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트럼프 시절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이미 보여준 바 있다. 결론은 ‘칩4’ 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지배적인 전략이 된다.
최근 정부가 ‘칩4’ 동맹을 위한 예비 실무회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칩4’가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의체로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비난과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