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의 불똥이 현대차·기아로 튀고 있다. 국내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가 약 1000만 원에 달하는 미국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당장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9일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2.15%(4000원) 오른 원에 19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틀만 주가가 5.91%한 후 되돌림 움직임을 나타낸 모습이다.
기아도 이틀간 6.56% 내린 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0.65%(500원) 오른 7만72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기아차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바로 내년부터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소식에 매도세가 몰렸다.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로 순항하던 주가가 암초를 만난 셈이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2조9798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대비 30.48% 높았고, 기아는 2분기 2조2341억 원으로 컨센서스를 훌쩍 웃돌아 직전 최고 실적인 1분기 기록을 뛰어넘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는 기존 전기차 관련 조항들에 제한선을 두는 내용이 대폭 포함됐다. 구매자당 보조금 한도 7500달러(약 980만 원)는 유지하나 배터리 부품과 원재료 규정에 따라 각각 3750달러씩 구분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량 가격도 보조금 지급 대상을 세단 5만5000달러, SUV·트럭·밴은 8만 달러 이하로 제한을 뒀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우려 해외 집단(foreign entity of concern)’에 대한 혜택을 대폭 줄이고 미국 자국의 경쟁력 및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배터리 부품 비중도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이 미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조립돼야 한다. 이후 비중을 매년 높여 2029년부터는 100%를 맞춰야 한다. 배터리 부품 생산은 우려 해외 집단에 속하는 국가나 해당국의 법적 관할권에서 이뤄질 경우 보조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 배터리 원산지도 우려 해외 집단이 채취·정제·재활용한 핵심광물일 경우 보조금 지급 제외 대상에 해당된다.
관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발효 후 최종 차량 조립이 미국내에서 완료돼야 한다는 조항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 모델을 21개로 축소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내년부터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 보조금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만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이오닉6와 EV9 등 신규 라인업 투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025년에나 완공이 예상되는 조지아주 전기차용 공장 가동 전까지 묘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실제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은 아이오닉5의 가격은 약 4만 달러 수준이다. 판매가 4만4990달러부터 시작하는 테슬라의 모델3 대비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브랜드당 전기차 보조금 지급 한도도 기존 누적 20만대에서 폐지 결정되면서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 중인 테슬라및 GM 전기차의 수혜도 예상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인센티브 제공 목록에서 국내 완성차 차량이 제외됐다는 소식은 향후 공급망 및 생산시설 리쇼어링 이슈가 크게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세부규정이 강화되면서 이를 맞출 수 있는 업체들 위주로 수혜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관련 규정을 맞추기 위해 북미 내 현지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시설의 필요성이 점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다른 업체들도 보조금 제한의 여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과 추후 보조금을 우회해서 받을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점쳐진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점은 차량 가격 제한으로 테슬라,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경쟁사 모델 상당수가 보조금 지급에서 제외됐다”며 “미국과 FTA 체결국인 한국은 단기적으로 부품 단위 수출 후 최종 차량 조립만 미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