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반값 치킨을 내놓는 것과 반대로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BHC는 16일부터 닭고기 제품의 가맹점 공급가를 인상했습니다. 마트의 초저가 치킨 판매를 계기로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폭리’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인데요. 이처럼 치킨 가격 정책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치킨 가격 역시 양극화되는 모습입니다. 똑같은 치킨인데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사의 입장이 이토록 다른 이유는 뭘까요?
이마트는 행사를 위해 총 6만 마리 분량의 치킨을 준비했습니다. 이는 기존 5분 치킨의 한 달 치 판매 물량(5만 마리)보다도 더 많습니다. 해당 제품은 점포당 하루 50~100마리씩 오후에 두 차례 나눠 판매합니다. 1인당 한 마리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전쟁’은 홈플러스가 6월 말 ‘당당치킨’을 6990원에 내놓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당당치킨은 이달 10일까지 38만 마리 이상 판매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부 점포에서는 치킨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광복절인 15일 행사 가격으로 5000마리를 5990원에 판매하자 점포마다 5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습니다.
롯데마트도 1.5마리짜리 ‘한통치킨’을 11일부터 일주일간 반값인 8800원에 판매하는 등 치킨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치솟는 물가와 배달비 인상에 치킨 한 마리 ‘3만 원 시대’가 열린 가운데 대형마트들의 초저가 치킨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 매출 2위인 BHC는 16일부터 ‘순살바삭클’과 ‘통살치킨’, ‘골드킹순살’의 한 봉지당 공급가를 7250원에서 각각 100원씩 올려 1.3% 인상했습니다. 소비자 가격을 인상한 것은 아니지만 가맹점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BHC 측은 “물가 인상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본사에서 부담하는 부분이 있었으나 닭가슴살 수요가 늘고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똑같은 치킨을 두고 마트와 프랜차이즈가 다른 가격 정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의아한 상황입니다. 특히 육계의 가격이나 질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의문은 더 커지고 있는데요. 대형마트도 프랜차이즈와 똑같이 하림·마니커 등의 육가공업체의 계열사와 직접 거래를 맺고 닭고기를 공급받고 있습니다. 이에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 책정의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다만 대형마트는 특유의 유통구조를 이용할 수 있어 저렴한 치킨 공급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형마트는 생닭을 대량으로 구매한 뒤 매장으로 직접 튀겨서 판매합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더 도계비용, 운송비, 본사 마진 등이 더해진 가격에 닭을 들여옵니다.
홈플러스 당당치킨의 경우 8호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는 주로 10호 닭을 사용합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7~8호 닭고기의 시세는 1㎏당 4244원이고, 9~10호 닭고기의 시세는 3923원입니다. 9~10호 닭이 더 저렴합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본사 이윤 등을 포함해 보통 5000~6000원에 닭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반면 치킨 논쟁의 핵심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폭리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BHC 가맹본사는 지난해 4771억 원의 매출을 올려 153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32.2%에 달했습니다. 이에 누리꾼들은 “대형마트를 욕할 게 아니라 영업이익이 30%가 넘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발발한 ‘치킨 전쟁’이 치킨 시장 전체로 확산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적절한 치킨 가격은 얼마일까요? 당분간 치킨 가격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