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액은 2007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증가
대출 줄이고 소비 지출 급속도로 둔화...소매판매 1% 역성장
“레버리지로 성장 견인했던 시대 지나”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가계의 은행권 예금 규모는 10조3000억 위안(약 1981조7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금은 8% 증가에 그쳐 2007년 이후 속도가 가장 느렸다. 이로써 지난해 11월 말 70.6%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중국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 비율)은 6월 말 65.2%로 줄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여파로 급여가 줄거나 실직을 경험한 중국인들이 경기둔화를 대비해 대출 규모는 줄이고 현금확보에 주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인 20%에 육박해 미국의 두 배를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중국 가계 소득은 올해 상반기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7%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소득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자 소비지출도 빠르게 감소했다. 7월 소매판매는 약 1% 줄어들었다.
팬데믹 이전 가계 부채 증가는 중국 국가 재정 안정성에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지적됐다. 문제는 부채와 함께 소비지출까지 감소하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 엔진 자체가 식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저축률은 2010년부터 1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 저축률은 2010년 가처분 소득의 40%에서 2019년 35%로 줄었다. 중국 당국이 소비지출을 장려했고 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내주며 ‘빚투(빚내서 투자)’를 부추겼다. 중국인들은 저축 대신 대출을 늘려 부동산 붐에 올라탔다. 그 결과 팬데믹 이전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10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해 60%를 넘어섰다.
그러나 불안한 경기 전망에 따른 심리 악화로 부채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0년 4분기 이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당 추세를 영구적 전환으로 판단하고 있다. 간리 가계금융조사·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이 레버리지(대출 투자)로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지갑을 닫으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커피 전문업체 스타벅스는 2분기 중국 매출이 44% 감소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도 2분기 매출이 20% 줄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2분기 수익이 1% 감소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내수 위축을 의식해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다만 주요국들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추가 부양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