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수사에 돌입했다. 법조계에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16일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사건을 수사3부(부장 차정현)에 배당하고 강제수사나 소환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통상의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자료를 받기 위해 관련 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사건 관계인 소환 일정도 검토하고 있다. 고발장 검토를 포함해 본격적인 수사 착수에 앞서 사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직 재판관이 수사 선상에 오른 사례는 1988년 헌법재판소 설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중요 사건인 만큼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10일 이 재판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향 후배가 주선한 골프 모임에 참석해 사업가 A 씨를 만났다. A 씨는 이 재판관에게 골프와 식사 등 약 120만 원 비용의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골프 모임에 함께 참석한 B 변호사를 통해 이 재판관에게 현금 500만 원과 골프 의류를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 변호사는 이 재판관 대학 후배로 알려졌다. 이 재판관은 골프와 식사 등 향응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A 씨가 진행하던 소송에 관해 도움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A 씨가 전달했다는 현금과 골프 의류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법부와 법조 구성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이 재판관의 깊은 자숙을 촉구한다"며 "공수처가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하고, 헌법재판관에 대한 징계 등 실효적 제재를 위한 헌재 내부 윤리규정과 입법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앞서 이 재판관과 함께 골프 모임 등에 참석한 B 변호사를 조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직권 조사를 개시해 징계 작업에 착수하는 동시에 사태 추이와 헌법재판소 후속 대책을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추가 대응을 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