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었지만 계약 체결 후 3개월 지났음에도 취득한 주식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주가 수준에서 굳이 자사주를 취득해 주가를 부양할 필요가 없다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스엠은 앞서 5월 신한금융투자와 맺은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과 관련해 8월 10일까지 취득한 자사주가 단 한주도 없다.
당시 에스엠은 “주가 부양 및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며 “기존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만기 해지로 신규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탁계약 계약금은 100억 원이며 계약 기간은 5월 10일부터 2023년 5월 9일까지다.
에스엠이 신탁계약을 체결한 5월 중순은 종가 기준으로 주가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인 5만 원대 후반까지 밀려났던 때다. 이후 주가는 1분기 호실적을 비롯해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앨범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우상향했고 현재는 7만 원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이와 관련 자사주 취득 주식이 없는 것은 자사주 취득이라는 인위적 부양책이 없더라도 주가가 오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사례는 이번 신탁계약 체결 이전에 만료됐던 신탁계약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에스엠은 2021년 5월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2021년 5월 11일부터 2022년 5월 10일까지였으며 계약금은 100억 원으로 이번과 같았다. 계약체결 당시 에스엠 주가는 3만2000원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약체결 후 10여 일이 지나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주가는 불과 3개월 새 7만 원대까지 치솟는 등 급격히 뛰었다. 이 기간 신탁계약과 관련한 자사주 취득은 없었다.
에스엠은 당시 취득 상황과 관련해 “신탁계약 체결 이후 단기간 내 주가가 급등함에 따라 신탁계약 체결 목적인 주가 안정 등을 고려해 자기주식을 취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에스엠 주가는 이후 매각 이슈를 비롯해 위드코로나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콘서트 재개 기대감 등에 힘입어 올해 4월 초 장중 9만 원까지 올랐으며 신탁계약 종료를 앞두고는 6만 원대까지 조정받았다.
그럼에도 자사주 취득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미래에셋대우와 맺은 신탁계약은 자사주 취득이 전무한채 해지됐다.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주가가 올해 저점 수준까지 내려가더라도 신탁계약 관련 자사주 취득이 행해질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이처럼 주가 수준에 따라 자사주 취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신탁계약이 가진 특징 때문이다. 회사가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는 자기주식취득은 3개월 이내에 공시를 통해 밝힌 취득예정 주식 수 만큼 장내에서 매수해야 하지만 신탁계약은 회사와 금융기관이 정하기 나름이다.
한편 에스엠 주가는 최근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이날 7만5000원을 기록했다. 8월 들어서는 1일과 10일 단 이틀을 제외하고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엔터 관련주 강세를 비롯해 3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음반ㆍ공연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3개 증권사가 제시한 에스엠의 평균 목표주가는 9만7462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