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끓던 청년 시절엔 ‘갈등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미봉책 아닌가?’ 하고, 가벼운 우스갯소리로 여겼다. 그러나 세월을 먹어 가면서, 그의 중재가 진정 근본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있다.
고부 갈등 문제로 한 남성이 외래에 내원하였다. “어떻게든 중재를 해보려 했는데, 집사람은 저보고 마마보이라고 화내고, 어머님은 아들 키워봤자 결국 남의 여자 좋은 일만 시킨 거라며 서운해하세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저의 경우인 것 같아요.”
면담 후 그에게 황희 정승식 방식을 권하였다. “자기야, 며느리 노릇 하려니 너무 힘들지?”, “엄마, 요즘 며느리들이 엄마 때랑 비교해서 너무 변했지?” 이런 식으로 먼저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라고 했다. 그랬더니 대화할 때 언쟁이 줄어들고, 같은 편에 서서 갈등의 해결 방안을 의논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머니 몸이 편찮으시다는데 한 번 정도는 문안 인사드리러 가야 되지 않아? 우리 어머니는 시아버지 대소변 수발도 들었다는데…”라고 과거에 말했던 것을, 이제는 “어머니 편찮으시다는데, 어쩌지 자기도 일하느라 힘든데…”라고 처의 심정을 공감해 주었다고 한다. 또 “엄마, 왜 그런 거를 시키고 그래, 요새 어느 며느리가 그런 일을 한다고?” 하였던 것을 “엄마는 며느리 노릇 하느라 허리 휘도록 일했는데, 막상 시어머니가 되고 나니, 시대가 너무 변해 버렸네…” 하고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환자에 대한 비난은 점점 감소하고, 또 상대에 대한 너그러움과 관용도 점차 늘었다고 한다.
그들은 현재 화목한 관계까진 아니지만, 과거와 같은 심한 갈등에선 벗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