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시장이 美증시 하락에도 불구 외국인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한달여만에 1170선을 회복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19일)는 개장 초만해도 연준의 국채매입 호재의 여운으로 상승세를 탔으나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매물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약세로 반전, 주요지수가 1%내외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소폭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외국인이 매수우위로 돌아서고 프로그램 매수가 강화되면서 1180선을 터치한 후 주말을 앞둔 경계매물과의 공방 속에 1170선을 중심으로 좁은 등락을 거듭하다 전일대비 9.13p(0.79%) 오른 1170.94p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상승을 견인한 외국인은 1040억원 순매수로 나흘째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기관의 경우 554억원 매수우위를 보였으나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매도우위였고, 개인은 1546억원 순매도로 차익실현에 치중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2286계약 매수우위를 보인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898억원)를 중심으로 3324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도왔다.
환율은 하루만에 1400원대를 회복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낙폭이 과대하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전일비 16.50원 오른 141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증시는 혼조세를 나타냈다.
일본증시가 춘분절 휴장에 들어간 가운데 상해종합지수(0.68%)와 싱가포르지수(0.76%)가 올랐고, 항셍지수(-2.26%), 가권지수(-1.48%)는 내렸다.
상품시장 강세 철강株↑ 차익매물 부담 은행株↓
최근 단기 랠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은행주들의 시세가 노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증시 금융주들의 하락 소식에 KB금융(-0.62%)이 사흘째 내린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1.95%)와 외환은행(-1.93%), 부산은행(-1.69%), 기업은행(-1.34%), 대구은행(-0.82%), 하나금융지주(-0.71%) 등의 은행주들이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한편 달러가치 급락으로 상품(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소재주들이 모처럼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POSCO가 2.73% 오른 것을 필두로 대한제강(11.34%), 고려아연(9.78%), 현대하이스코(4.49%), 동국제강(4.48%), 현대제철(4.43%), 한국철강(4.41%), 문배철강(4.33%), 포스코강판(4.13%), 만호제강(3.64%), BNG스틸(3.16%), 풍산(3.15%) 등이 일제히 오름세를 탔다.
유화주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송원산업(10.91%), 남해화학(8.52%), 카프로(6.98%), 케이피케미칼(5.65%), 한솔케미칼(4.28%), 노루페인트(3.90%), SK에너지(3.49%), 동양제철화학(3.21%), 국도화학(3.06%), KCC(3.00%), 이수화학(2.93%) 등이 동반 상승했다.
대부분 업종이 오른 가운데 철강금속(3.22%), 의료정밀(3.26%), 운수장비(1.70%), 서비스(1.60%), 기계(1.58%), 화학(1.51%)의 상승폭이 컸고, 은행(-1.51%), 의약품(-0.43%) 등은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삼성전자(0.18%)와 SK텔레콤(0.53%), 현대중공업(1.58%), LG전자(1.07%) 등이 올랐고, 대우조선해양(5.13%)과 LS(3.98%), 삼성SDI(3.16%), LG(3.15%), GS(2.91%), 현대산업(2.46%), 삼성중공업(2.41%), 기아차(2.39%) 등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그밖에 삼성이미징이 실적 기대감에 상한가를 기록했고, SIMPAC이 저평가를 겨냥한 기관의 대규모 매수와 더불어 12.74% 급등하며 주목을 받았다.
코스닥시장(+1.72%)은 기관(+171억원) 주도로 한달여만에 400선을 회복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자회사 동국S&C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 소식에 동국산업이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코미팜(상한가), 이트레이드(12.42%), 우리이티아이(8.59%), 태광(5.30%), 포스데이타(4.54%), LG마이크론(4.33%), 포휴먼(4.26%), 성광벤드(3.04%), 소디프신소재(3.95%), SK브로드밴드(3.30%) 등이 지수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아이엠과 삼영이엔씨가 증권사의 호평에 힘입어 상한가에 진입했고,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여부가 이르면 다음주말 결론날 것이란 전망에 시공테크, 중앙디자인(이상 상한가), 삼우이엠씨(13.21%), 희림(9.20%) 등의 제2롯데월드 테마주들이 동반 급등했다.
주말 뉴욕증시, 이틀째 숨고르기
주말 뉴욕증시(20일)가 2주째 지속된 랠리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이틀째 하락, 주요지수가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안도랠리를 주도했던 금융주들이 연준의 양적완화정책 효과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급락하며 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보너스 스캔들에 휩싸인 AIG가 거액 보너스 과세법안의 상원 표결 임박 우려로 22.2%나 폭락한 것을 비롯해 BoA(-10.7%), JP모간체이스(-7.2%) 등 과매수 국면에 진입한 금융주들이 줄줄이 떨어졌다.
美 최대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손실 확대와 배당금 삭감 전망에 6.2% 하락하며 여전히 부실자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사들의 현주소를 실감케 했다.
연준의 신용개선 프로그램인 TALF 신청 저조 소식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사장의 "앞으로 5년간 은행 파산으로 인해 보험 기금이 65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언급 또한 잠시 잊혀졌던 금융불안감을 상기시켰다.
1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주요 은행과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이 GE(-5.8%)의 실적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하면서 기업실적 우려감을 자극했다. 이날 제록스는 1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조정하며 18.7% 폭락했다.
실물경제로 전이되어 고용과 소비, 투자를 모두 얼어붙게한 금융위기의 위력이 기업들의 성적표를 통해 다시금 입증되면서 시장은 여전히 진행형인 '경기침체'에 눈을 돌리는 형국이다.
주요 은행 경영진들이 립서비스로 위기설을 일축하고 연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안도랠리 도취에서 깨어난 투자자들은 금융리스크 완화 무드의 정점(연준의 장기국채매입 결정)을 지나면서 점차 차익실현과 함께 냉엄한 경제 현실을 직시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기가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재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채매입 결정에 따른 美 금리 하락(달러가치 하락) 관련 대체재 수요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초래할지 모를 미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로 인해 최근 급등했던 상품시장도 한풀 꺾이는 흐름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4월물 인도분 가격은 달러화 반등 영향과 최근 급등에 따른 부담 등으로 전일대비 배럴당 55센트(1.1%) 내린 51.06달러로 마감했다.
펀더멘탈 개선 시그널 부족
골드만삭스는 은행들의 부실자산이 여전히 증가세에 있다는 점을 들어 은행주 주도의 최근 미국증시 랠리를 '베어마켓 랠리'라고 규정지었다.
주요 은행들이 1~2월 흑자를 발표하며 은행주들의 랠리를 촉발했지만 "1~2월 실적 호조는 부채의 시가 상승에 따른 가치 증가(write up), 모기지 대출 수수료, 자본시장의 강세 등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이며 "신용 지표들이 악화됨에 따라 3월에는 상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골드만삭스는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은행의 수익성 회복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 근거로 신용카드 체납 비율의 지난해 6월이후 월단위 증가세 지속, 기업들의 올해 레버리지 대출 채무불이행 건수 7.3% 증가 등을 들었다.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안도랠리가 확장될 여지는 있지만, 증시의 추세적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경제 펀더멘탈과 기업실적의 개선이 여전히 취약하다.
경기 컨센서스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으로서 귀추를 모았던 '미국 2월 경기선행지수'는 아쉽게도 석달만에 다시 하락세로 반전했다.
최근 두달간의 선행지수 상승반전에 힘을 실어줬던 M2의 영향력 감소 탓이 크고,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증가와 주택허가건수 등 개선된 구성항목들도 상당부분 발견되지만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세가 단절됨으로써 경기회복 모멘텀 확보에는 실패한 셈이다.
이번주 뉴욕증시는 연준의 장기국채매입 전격 결정에 환호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연준이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서둘러 피력해야 했을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이 안좋다는 얘기도 된다. 물론 투자심리가 훼손되면 이러한 해석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AIG 회장은 임원들이 보너스를 받지 못할 경우 퇴직후 경쟁업체에 입사해 회사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보너시 지급이 불가피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금융시장과 경기의 회복이 절실하지만 그에 앞서 부실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 의지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벤 버냉키 의장 말대로 각종 금융정책이 효과를 발휘해야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지원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막대하게 투입되는 국민혈세의 누수를 막고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비관 쪽으로 지나치게 쏠렸던 투자심리가 숏커버링과 함께 급개선되면서 단기간 과도하게 올랐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기술적 조정은 불가피하다. 인사고과와 결산 수익률 문제로 펀드매니저들의 수익률 관리가 3월말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글로벌 증시의 주후반 미약한 숨고르기를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단기간 쉬지않고 올라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는 가운데, 당장 추가 상승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수의 박스권 등락, 덜오른 업종/종목들로의 순환매, 정책수혜주들의 산별 약진, 1분기 어닝시즌을 앞둔 실적호전주들의 선취매 유입을 염두에 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
국내증시의 나침반 역할을 해줄 삼성전자의 동향 또한 계속 주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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