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와 직원 둘이서 한 회식이었어도 이로 인해 직원이 넘어져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회식이 단둘이서 이뤄졌어도 관리부장은 시설관리부의 총 책임자(3급)이고, 망인은 급수가 없는 청소경비 업무직"이라며 "둘 사이엔 개인적 친분도 없어 사적 관계에서 이뤄진 회식자리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회식 당일 A 씨와 관리부장의 대화 내용에 청소 장비 구매나 업무적 불편사항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돼 있었다"며 "관리부장과 A 씨만 회식에 참여했지만 이전에 2~3차례 미뤄져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직원들이 개인적 사정으로 빠지게 돼 직원 대표로 A 씨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A 씨와 관리부장간 식사가 사적인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고, 대화 내용을 종합해보면 A 씨가 직원 대표로 참석한 것이므로 둘이서 한 식사는 업무상 이뤄진 회식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A 씨가 불가피하게 과음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식에서 과음해 집에 돌아가는 중 넘어져 뇌출혈에 이르러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가 비정상적인 방식에 의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불승인 처분 취소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청소경비업무를 하는 A 씨는 2020년 10월 직장 상사인 관리부장과 회식을 한 후 귀가하던 중 자택 1층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뒤로 넘어졌다. 이후 외상성 대뇌출혈로 치료를 받다가 다음 해 3월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참석한 회식이 사업부 주관·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승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