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년범죄, 처벌이 능사가 아닐지라도

입력 2022-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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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기자

서울 도심을 거닐다 보면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흔하디흔한 모습인데, 최근 이질감이 느껴지는 까닭은 흡연자가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이라서다. 교복을 입은 서너 명의 청소년이 골목길도 아닌 길 한복판에서 흡연하며 침을 뱉는다. 청소년 흡연을 금지하는 법은 없지만 판매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나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최근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실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10~14세 청소년을 의미한다. 만 14세 미만은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해 형사처분이 아닌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처분을 받는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기자 법무부는 연령 기준을 낮추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사회적 안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청소년 의식 수준이나 성숙도가 전보다 높아진 데다 나이를 무기 삼아 죄의식 없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벌어지고 있기 때문. 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살인과 성폭력,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3만5390명이다. 전보다 범죄 건수나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통계도 있지만 범죄 자체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범죄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말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소년범죄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사연을 품고 살 듯 범죄도 제각각 계기가 있다. 가정폭력을 못 이겨 가출을 일삼다 생활비가 떨어져 절도를 저지르는 사례는 소년범죄 클리셰다. 안타까운 사연으로 비행(非行)을 일삼지만 어려운 환경에도 제 할 일을 하며 규율을 지키는 청소년이 대다수다. 소년범죄 특수성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지만 저지른 범죄를 지울 순 없다.

법무부가 적극적으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춰 경각심을 줄 때다. 촉법소년이 마치 범죄 면죄부를 주는 듯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훔친 렌터카로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촉법소년이 반성의 기미 없이 학교 폭력 가해자가 되는 현실에서, 범죄는 발 디딜 곳이 없다는 의지를 제도 개선으로 보여줄 시점이다. 물론 교화와 재사회화로 번듯한 구성원이 될 수 있는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 소년교도소와 소년원 등 수용시설 확충과 함께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한 편의점 업주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해 2개월간 영업정지 위기에 몰렸다. 청소년이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사실이 밝혀져 영업정지 처분을 면했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청소년이 담배를 사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주민등록증 위조는 범죄다. 범죄자에겐 형벌과 교화를, 피해자는 보호해야 '한국은 범죄자 인권을 더 챙기는 나라'라는 오명을 지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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