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이 야심차게 제시했던 국민제안이 2주도 안돼 흐지부지됐다. 10개로 추린 국민제안을 열거하며 3개의 우수 제안을 선정키로 했다 온라인투표에 ‘어뷰징’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지난달 20일 대통령실이 밝힌 10개의 제안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파장이 큰 사안이라서다.
대형마트와 농업계 등에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반향이 커 부담스러웠는지 국민제안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추진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국민제안 발표 이튿날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이 원하는 게 무언지 드러나는 것이니 국회에 입법 건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종 선정 결과가 나온 뒤 논의해야 하고, 또 (우수 제안으로) 선정된다고 해도 무조건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건 아니다”고 신중론을 폈다.
일주일이 지난 지난달 27일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국민들이 원해서 선택되는 것이니 실현되면 좋긴 할 테지만, 대통령실에서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제안 추진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던 대통령실은 결국 1일 어뷰징 방지를 이유로 우수 제안 선정 자체를 취소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10개 국민제안을 각 정부부처에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끝내 정책 반영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제안은 여론 ‘간보기’만 한 셈이 됐다. 대통령실이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여소야대 정국과 무관치 않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사안인 데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신설했던 만큼 반대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법 개정이 필요하고 민주당이 크게 반대하고 있다.
그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추진한다면 (계류돼있는) 백화점이나 복합쇼핑몰도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법안 심의를 진행해 정부부처를 불러 폐지 필요성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