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시대] 전자 업계, 콧대 높은 전장 시장…‘車 반도체 내재화’로 뚫는다

입력 2022-08-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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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ㆍ삼성전자 전장사업 존재감↑
車 반도체, 진입장벽 높아…신뢰성 필수
전기차 고도화에 따라 기술 투자 절실
“기술 개발ㆍ완성차 업체와 협력해야”

▲LG전자가 전장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TUV 라인란드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사진제공=LG전자 글로벌 뉴스룸)
▲LG전자가 전장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TUV 라인란드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사진제공=LG전자 글로벌 뉴스룸)

전자 업계가 빨라지는 전기차 전환 시계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가속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의 한 축인 전자 업계는 전장(자동차 전기ㆍ전자장비) 사업을 적극 육성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찌감치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은 올 2분기 전년 동기보다 23.1% 증가한 2조98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LG전자 VS(전장사업) 본부는 처음 매출이 2조 원을 넘어서며 26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LG전자의 성과에는 차량용 반도체수급 이슈의 점진적 완화와 체계적인 공급망 관리로 완성차 업체들의 추가 수요에 적극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전기차 등장에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수요 커져

(사진제공=현대차)
(사진제공=현대차)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부족 문제는 지난 2021년부터 지속해왔다. 그해 상반기 미국에서 나타난 한파를 시작으로 인피니언, 엔엑스피(NXP), 르네사스 등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현재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 내 부품ㆍ전자장비의 두뇌 역할을 하며 △전자제어장치(ECU)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메모리 등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 품목인 데다 제조ㆍ품질 관리가 까다로워 스마트ㆍ가전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전기차 확산과 자율주행차 등장으로 데이터 연산ㆍ처리 기능을 수행하는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분야 성장률은 지난해 24.6%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7.8%, 2023년 11.3%, 2024년 13.4%, 2025년 12.9%로 5년 연속 두 자릿수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됐다. 2025년 시장 규모만 100조 원에 달한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는 200~300개의 반도체가 적용된다. 반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는 최대 2000개가 채용된다. 이로 인해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 교체 주기에 맞춰 최소 7~10년 가동할 수 있어야 하며 극한의 환경(기후)에서도 견디는 등의 내구성과 신뢰도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내구성ㆍ안전 등에 대한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이미 기존 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협력관계가 형성돼있어 시장 진입장벽이 높다”며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10배 이상 많아지고 전기차가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기술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車 반도체 등 전장 기술 경쟁력 위해 투자 확대 필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차량용 시스템 고도화 지원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을 양산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차량용 시스템 고도화 지원을 위한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을 양산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전자 업계는 전장 사업 경쟁력 강화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독일의 시험ㆍ인증 전문기관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ISO 26262’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ㆍ구현ㆍ검증 등 개발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SK하이닉스도 올 초 차량용 D램 사업 가속을 위해 100여 명 규모의 차량용 메모리 전담팀 인원을 개발ㆍ마케팅 등 전문성을 갖춘 부서로 세분화해 재배치했다. 삼성전자는 고성능 SSD와 그래픽 D램 등 차세대 차량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하며 시장을 확대 중이다.

이 밖에도 주요 업체들은 차량용 조명, AV/AVN(오디오ㆍ비디오ㆍ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5G 텔레매틱스 등의 전장 부품의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 새 급부상한 전기차ㆍ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고객 니즈 파악과 적극적인 기술 투자 등이 지속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지난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8.1%로 미국 16.9%, 중국 12.7%, 일본 11.5%, 대만 11.3%에 크게 뒤처진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및 자율 주행차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고사양ㆍ고성능의 기술이 요구될 것”이라며 “업체들의 인수합병(M&A)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기술 개발 투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내연기관에 없던 반도체들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에서 필요해질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니즈를 빠르게 파악해야 시장 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기업 투자 340조 원 달성과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력 반도체 4500억 원, 차량용 반도체 5000억 원, AI 반도체는 2029년까지 1조2500억 원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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