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는 새 정부의 첫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자본시장 선진화와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소규모 상장사 내부회계 외부감사를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소규모의 기준은 자산 1000억 원 미만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9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개정하면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검토의 대상에서 감사의 대상으로 상향했다. 검토는 감사인이 회사의 내부통제에 대해 담당자와의 질문 위주의 검증 절차를 수행하지만, 감사는 이보다 더 들어가 감사인이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율적으로 설계·운영되는지 직접 검증절차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회사 입장에선 회계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금융당국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리 로드맵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2019년부터 감사가 의무화됐다. 자산 5000억~2조 미만 기업은 2020년, 자산 1000억~5000억 미만은 올해부터 감사가 의무화됐으며, 자산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내년부터 감사가 의무화될 예정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자산 1000억 원 미만 상장사는 코스피 62곳(코스피 상장사 중 7.83%), 코스닥 706곳(코스닥 상장사 중 47.38%)이다.
코스닥 상장사 중 절반가량이 내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리를 받게 되자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졌다. 2019년부터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이 적용되면서 기업의 회계 비용 부담이 커졌는데, 내부회계관리제도로 인해 이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상장협에 따르면 2015년(2103억 원)부터 2020년(4903억 원)까지 감사보수 총액은 매년 18.44%씩 증가했다.
이에 가장 먼저 응답한 건 고승범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다. 지난해 11월 ‘제5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고 위원장은 “소규모 상장기업에 2023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재검토 배경 중 하나는 미국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에서 시가총액 7500만 달러 미만의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산 1000억 원 미만 기업에 대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 실태에 관한 보고내용 감사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외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지난달 말 국회 후반부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처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소규모 상장사의 회계 의무가 무겁다는 데에 동의했고 다수당인 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면제’로 올라온 안이 ‘유예’로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에서 수백, 수천억 원대의 횡령이 터지면서 내부회계의 중요성이 대두된 이유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국회에서 유예 아니면 면제 둘 중 하나로 결론 날 것”이라며 “당장은 1000억 미만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외감은 하지 말자는 게 골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