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귀향 - 김규동의 문학과 삶

입력 2022-08-01 14:13 수정 2022-08-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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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김기림 찾아 월남…모더니즘과 민족문학을 평생 시업의 화두로

▲만년의 김규동 시인.
▲만년의 김규동 시인.
모더니즘과 민족문학을 평생 시업의 두 화두로 삼은 문곡(文谷) 김규동(金奎東·1925~2011)의 문학과 삶을 담아낸 신간 ‘귀향’이 발간됐다.

함경북도 종성 출신인 시인은 1948년 경성(鏡城)고보 시절 스승인 김기림(金起林·1908~?)을 찾아 월남해 ‘예술조선’에 시 ‘강’을 발표하여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의 시작 활동은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기는 ‘나비와 광장’(1955), ‘현대의 신화’(1958) 등을 발간했던 ‘후반기’ 동인 활동부터 1960년대 초까지.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인식에 더하여 한반도의 전쟁이 가져온 불안과 절망을 묘사하고, 그 상황 안에서 희망의 징표로 삼을 지적 신화를 제시하는 시작을 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시는 변모를 보이는데, 두 번째 시집 이후 20년 가까이 만에 낸 ‘죽음 속의 영웅’(1977)을 비롯해 ‘오늘 밤 기러기떼는’(1989), ‘생명의 노래’(1991), 평론집 ‘어두운 시대의 마지막 언어’(1979) 등이 그 결과물이다. 모더니스트로서의 특질을 지닌 채 리얼리즘의 세계에 새롭게 접근한 ‘죽음 속의 영웅’은 분단과 독재라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겪어야 했던 지식인의 운명적 고뇌를 초극의 의지와 함께 표현했다. 시인은 1974년 민주회복국민회의 국민선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197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고문을 맡는 등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자유인이기도 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 나온 시집 ‘느릅나무에게’(2005)는 그의 세 번째 시작 여정을 보여준다. 디아스포라의 시인으로서 민족분단의 고통, 극복의 의지, 정신의 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년의 깨달음과 결합하여 잔잔히 기록했다. 그는 ‘느릅나무에게’를 통해 젊은 시절 주목했던 사상성과 예술성을 시의 신화 안에서 재결합하는 원숙미를 보여줬다.

이번에 시인의 11주기를 맞아 김규동기념사업회가 엮어 낸 ‘귀향’에는 새로 발굴된 시 ‘남한과의 대화’를 포함해 시인의 시적 정수를 담은 시 25편과 오형엽·나민애 등 평론가 8명이 시인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비평 8편을 묶었다. 아울러 시인의 5주기였던 2016년 창비에서 비매품으로 발간한 추모문집 ‘죽여주옵소서’의 일부도 수록했다. 추모문집에는 문인 28명의 추모 글과 임철규의 평론 ‘1950년대 모던보이 김규동, 그리고 그의 귀환’, 시인의 생전 사진과 시각(詩刻) 작품 등이 담겼다.

시인의 아들 김현(전 대한변호사협회장)·김준 씨는 책 말미에 “‘문필의 업’이란 본래 ‘생활의 여유 없음’과 같은 말일 터인데, ‘나비와 광장’의 시인이었던 선친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나비’보다는 ‘생계의 광장에 선 먼지 속의 자신’을 발견한 때가 많았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문학 공부한다고 혈혈단신으로 남쪽에 내려와, 반세기가 넘게 북녘의 모친과 형제를 그리워하면서도 세상 떠나기 전날의 저녁까지 책과 붓을 놓지 않았던 선친의 고독과 예술혼”을 회상했다.

한길사 / 501쪽 /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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