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안팎의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경찰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반면, 경찰국 초대 수장으로는 비(非)간부 출신인 김순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치안감)이 내정됐다.
31일 행정안전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2일 경찰국이 출범한다. 김순호 초대 국장도 이날부터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국장은 전체 치안감 34명 가운데 경찰대, 간부후보생, 고시 특채를 제외한 유일한 비(非)간부 출신이다. 향후 행안부와 경찰 소통 통로로 행안부 장관의 경찰 관련 업무를 총괄 지원할 예정이다. 행안부 장관 인사 제청권 실질화가 경찰국을 통해 이뤄지므로 경찰국장은 경찰 내 핵심 보직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김 국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경장 경채(경력경쟁채용)로 경찰에 입직했다. 서울 방배경찰서 생활안전과장, 경찰청 감사관실 감찰담당관과 경찰청 보안 1ㆍ2과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기남부경찰청 경무부장,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 등을 거쳤다. 현재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겸하고 있다.
경찰국은 초대 경찰국장까지 내정하면서 사실상 모든 준비를 마친 모양새다. 앞서 6월 행안부는 ‘경찰국’ 설치, 경찰 지휘규칙 제정 등 행안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행안부가 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지고 경찰 통제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로 경찰국 신설에 박차를 가했다.
행안부 발표 이후 내부에서는 줄곧 반대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 중이다. 일선 경찰은 물론 고위 경찰 중 일부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하면서 "국회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경찰 중립화의 역사와 현 제도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경찰이 국민을 바라보지 못하고 정권과 한 몸이 되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비판했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안부 통제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침해될 것이란 주장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경찰 간부는 행안부 장관 눈치를 볼 것이고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겠느냐"며 "대민 업무에 깊숙이 관여하는 경찰이 윗선 심기를 살피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청와대 정무수석이나 민정수석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최소한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검찰 수사권 조정(일명 검수완박)으로 경찰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통제가 미흡할 경우 권한이 남용될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행안부는 경찰국내 과장급 직원은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골고루 선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내부에서 경찰대와 비경찰대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를 봉합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인사과와 자치경찰과는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골고루 앉히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