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퇴직 시 작성한 확약서가 약관법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근로자 A 씨 등이 B 보험사를 상대로 낸 확약서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B 사는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근로자에 대해 확약서를 받았다. 희망퇴직 근로자에 대해 비밀유지의무와 퇴직 후 1년 동안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위반하면 손해배상의 예정으로 특별퇴직위로금 등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A 씨 등은 위로금과 지원금 명목으로 각 2억9000만 원가량을 받고 퇴직한 뒤 4달 만에 경쟁 생명보험사 지점장으로 취업했다. A 씨 등은 ‘확약서가 약관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반해 무효’라는 주장을 하면서 소송을 냈다.
1심은 확약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해 각 1억5000만~1억7000만 원을 반환하도록 했다.
반면 2심은 이 확약서는 ‘약관’이므로, 확약서 중 ‘희망퇴직위로금 및 기타 지원금품 반환 약정 부분’은 약관법에 따라 무효라고 보고 A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확약서는 회사와 소속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종료되는 경우의 권리·의무관계를 정한 것”이라며 “약관법에 따라 약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약관법 30조 1항은 ‘약관이 상법, 근로기준법 또는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영리사업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관한 것일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확약서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근로계약 관계를 전제로 해 종료 시 퇴직금 지급 외에도 각종 경제적 지원에 수반되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의 분야에 속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체결 경위, 내용과 실질도 단체협약과 이에 따른 회사와 노동조합 사이의 협의, 개별 근로자와 회사 사이의 합의, 상당한 액수의 경제적 급부를 대가로 하는 개별 근로자의 자발적 신청 등에 근거를 둬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긍정했으나 확약서의 작성 목적·경위 및 실질에 주목해 약관법 적용 대상 제외 범위를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희망퇴직의 유효성 여부와 조건 등이 문제가 되면 그 실질에 맞게 ‘근로기준법’에 따라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