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페이스북 정치 이어가는 가운데 尹 여유롭게 농담
윤리위 “조악한 언어로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 말라” 공식 입장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가 공개된 후 국민의힘은 혼돈 속으로 빠지고 있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글에 일부 의원들은 ‘자중하라’는 식의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 대표의 징계를 정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퍼부었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羊頭狗肉(양두구육) 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惑世誣民(혹세무민)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仰天大笑(앙천대소)할 일입니다”라고 적었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인다’는 뜻의 ‘혹세무민’과 ‘어이가 없어서 하늘을 보고 큰 소리로 웃는다’라는 의미의 ‘앙천대소’ 등의 사자성어를 말하며 이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조해진 의원이 이 대표를 향해 “자중자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처럼 과거와 다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당에 도움이 되는지 부담이 되는지 헷갈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한이 다해도 복귀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거나 복귀해도 식물대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지 않으면 성장을 멈춘 정치적 피터팬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이준석은 셀럽이나 인플루언서, 정치엔터테이너는 될지 몰라도 정치인은 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 정치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제기한 2020년 4·15 국회의원선거 무효 소송 기각 기사 링크를 올렸다. 이에 대해 “돈벌이에 미쳐서 오히려 진실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 내부총질을 했던 유튜버들에 현혹되었던 많은 분들이 이제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며 “항상 남을 지목하고 까내렸지만 당신들이 오히려 보수몰락을 위해 뛰던 내부총질러였고 스파이였고 프락치였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것 하나 초반에 정리하지 못하고 2년을 끌어온 게 보수진영의 역량이었다”며 “유튜브를 중심으로 만든 당신들만의 우물 안 작은 세계 속에서 국가 대소사를 논했으니 연전연패했던 겁니다. 그 연전연패의 과거로 되돌아가지 맙시다”라고 했다. 극우 유튜버가 만든 음모론과 이를 믿은 태극기 부대, 또 이를 기반으로 권력을 농단한 정치인들로 인해 그간 당이 패배했다고 말한 것이다. 이를 되짚어 보면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이준석과 함께 이기자’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권 대표 대행에게 “그것 때문에 며칠 혼났겠네”라는 농담 섞인 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당이 연일 전쟁터가 되어 가운데 방아쇠 역할을 했던 윤리위가 공식입장을 냈다. 윤리위를 두고 ‘조폭과 같다’, ‘당권 쿠데타 세력’, ‘토벌되어야 할 반란군’ 등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발끈한 모습이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정을 개인의 정치적 단상과 편견에 따라 정치적으로 왜곡과 폄하한 것도 모자라 소문과 억측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소위 윤핵관과 연계시키는 악의적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는 보장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가 아닌 반드시 청산되어야 할 구태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악한 언어로 윤리위원회의 결정을 평가하는 것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을 넘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적 눈높이와 사회적 통념을 가장 우선시하였고 직무 활동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여야 정당사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징계사유서 공개 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