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윤석열 신당'이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김한길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공식 출범하자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보수판 열린우리당' 창당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 부대를 꾸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정계개편에 나서는 '노무현의 길'을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계개편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빚은 뒤 물러났던 김한길 위원장의 복귀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김 위원장은 우호적인 사람들에게는 '창당 전문가'로 불리지만 반대편에서는 '정당 파괴왕' 혹은 '정당 분쇄기'로 혹평받는다. 당적을 9번이나 바꾼 전력 탓이다. 유명 소설가 출신인 그는 늦은 나이에 정치권에 입문한 뒤 기존 정당을 해체하거나 탈당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내는 일을 반복해왔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통합위는 위원장 1명과 3명 이내의 부위원장, 당연직과 위촉직 위원을 포함해 39명 이내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우선 위원장과 10개 부처 장관으로 꾸려진 당연직 위원 등 11명으로 출범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몫의 당연직 위원과 함께 부위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다. 당연직 위원 한 자리는 아직 복지부 장관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비어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실질적으로 위원회를 이끌어야 할 부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정치권에서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언론에 "당 외부 인사로부터 창당을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 전 위원장이 말한 '당 외부 인사'가 김한길 위원장일 수 있으며 '창당'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통합위 부위원장직을 제안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위 출범이 임박한 시점에 박 전 위원장 영입이 실패로 결론 나면서 부위원장 없는 조직으로 일단 출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통해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영입했을 당시 이미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당'이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등판하면 어김없이 신당과 정계개편이 언급되는 배경에는 그의 과거 행적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참여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11월 친노무현계 중심인 열린우리당 창당에 관여했다. 47명의 미니 정당으로 출발한 신당은 이듬해 4월 15일 제17대 총선에서 과반(152석)을 차지했다. 여소야대로 출발한 노무현 정부가 순식간에 정개개편에 성공했던 과정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한 뒤에는 민주통합당 당대표직을 버리고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진보 빅텐트'를 구축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던 안철수 의원과 손 잡고 신당을 창당했다.
정치권은 평소 윤 대통령이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말해왔다는 점,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한 여소야대 정부의 대통령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정계개편의 총대를 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D-데이는 물론 2024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