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비판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정치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속마음이 여과없이 드러난데다 '윤핵관'과 이 대표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당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는 듯하던 모습과는 다른 장면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과정에서 윤핵관들과 이 대표 간 갈등이 심화하는데도 '당무'라는 이유로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 대표 징계가 확정된 지난 8일에도 "국민의힘의 당원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를 보면 윤 대통령은 평소 '윤핵관'과 당무에 관해서도 소통해왔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 당이 잘하고 있다'는 말에서는 25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짐작케한다.
또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강기훈과 함(께)…"라는 메시지를 작성한 것에 비춰보면 이준석 대표를 대체할 인물에 관해서도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강기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1980년생으로 지난 2019년 자유의새벽당을 창당한 정치인이 있다. 강씨는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청년 정책 관련 조언을 하는 등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권 원내대표가 아무런 설명 없이 '강기훈과 함께'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윤 대통령도 이미 강씨와 안면이 있는 사이일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일이 일회성 헤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점친다. '앞과 뒤'가 다른 윤 대통령의 모습이 공개된데다 권 원내대표가 또 한 차례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내부총질'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이준석 대표에게 미칠 영향도 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하락 중인 지지율 그래프의 기울기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공정'이 흔들린데 이어 진실성마저 의심 받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민심 이반이 더욱 빨라지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지지율 30%대가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정치권은 우려한다.
권 원내대표의 경우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등으로 입길에 오른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아직 남아있는 친 이준석계 인사들이 반발하면서 당 내분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 특히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불만을 가진 당내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관심은 이준석 대표에게 미칠 파장이다. 일단 윤 대통령이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나자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이준석 대표를 내쳤다는 '토사구팽론'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질 전망이다. 이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된다면 오히려 이준석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 엉뚱한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이 경우 새 당 대표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이 대표는 다음 총선에도 나갈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