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이 시장 전망보다 높은 0.7%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보면 불안 요소가 크다. 민간과 정부의 소비가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수출은 대외 여건 악화로 하반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간 소비 코로나 재확산 및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성장세가 이어질지 미지수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 0.7%는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대폭 상승한 덕분이다.
민간소비는 준내구재(의류 및 신발 등)와 서비스(오락문화, 음식·숙박 등)를 중심으로 3.0% 증가했다.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대면 활동 증가 영향이다. 정부소비도 사회보장현물수혜를 중심으로 1.1% 늘었다.
반면 1분기 성장률을 떠받쳤던 수출은 화학제품·1차 금속제품 등을 중심으로 3.1%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2020년 2분기(-14.5%)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지역 봉쇄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
하반기는 더 우려스럽다. 일단 한은은 앞으로 0.3%씩만 성장해도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 1분기와 2분기 전기대비 각각 0.6%, 0.7% 성장했는데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남은 3·4 분기 매 분기 0.3%씩 성장하면 조사국 전망치인 연간 2.7%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GDP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내린 바 있다.
다만 2.7% 성장률 달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5월에 예측한 2.7%보다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올해 성장률은 2% 중반 정도 유지되고 내년에는 2% 초반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코로나19 재확산과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 심리가 악화하고 있어 앞으로 민간소비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경제는 높은 물가 오름세, 주요국 성장세 둔화 등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 수출을 둘러싼 대외 여건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라며 “경기 하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하반기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분기는 (경제성장률) 성적이 괜찮았는데, 하반기는 아무래도 수출이 더 감소할 것 같다”며 “민간 소비 역시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으로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연간 2.7% 성장률은 지금 상황에선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는 예상대로 소비가 반등했지만, 대외수요는 둔화하고 있다”라며 “하반기에는 대내외 여건 모두 하방 리스크가 우세해 성장세가 약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우혜영 이베스트증권 연구원도 “3~4분기에 민간소비 주도 성장이 유효할지 의문”이라며 “7월 빅스텝에 이어 8월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므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더욱 확대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 및 소비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