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새로 발표한 '형사사건의 공보에 관한 규정'을 두고 법조계에서 다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주요 사건 내용을 공식적인 경로로 일부 공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공보 규정 취지가 변색할 것이라는 우려도 표출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현실적으로 검사와 기자 접촉을 원천봉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공보 규정이 시행되고 검사와 기자 접촉이 많이 줄었지만 '검수완박(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는 스킨십을 늘리지 않았느냐"며 "차라리 공식적인 창구를 마련해 소통하는 기회를 얻어야 국민도 주요 사안을 파악할 수 있고 '검언유착' 등 불필요한 말이 안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언론 대상 비공개 정례 브리핑, 이른바 '티타임'이 수사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외부와 소통을 단절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일부 내용은 공개해야 국민 알 권리도 충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수사 검사가 직접 기자를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고 언론 보도를 수사에 역이용하고 피의자 압박요인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의사실 공표가 아닌 범위 내에서 사건 설명을 하면 수사 공정성도 유지될 수 있다"며 "차장검사가 티타임을 진행하면 절제된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 알 권리 등을 이유로 공보 규정을 개정했지만 취지가 변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검찰이 자신들의 영향력이나 이미지 등을 위해 이목이 쏠리는 내용을 '중요사건'으로 선별하는 등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26일 논평을 내고 "'중요사건'으로 언론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를 두고 있는 것이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중요사건' 개념이 검찰의 자체 기준에 따라 정해지고, 공개할 수 있는 범위도 상세하다"며 "예외적 언론 접촉 규정까지 둬 수사실무자가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게 설명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공보 규정을 바꿀 만 한 사안이 없었는데도 법무부가 행정 일관성을 저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준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이전에 정했던 방침이 정권이 바뀌면서 없었던 것처럼 되는 상황은 행정 일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규정을) 변경해야 할 정당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법무부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티타임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티타임 자체가 적절하냐는 의문은 예전에도 있었다"며 "비공식 티타임으로 피의자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만큼 공개적인 공식 브리핑으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