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정하는 ‘위약벌’은 계약위반자가 지급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다르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A 씨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 씨가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두 사람은 2014년 A 씨가 건물을 제공하고, B 씨가 골프연습장 시설을 설치·운영해 수익금을 반으로 나누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손해배상금과는 별도로 의무사항에 대해 불이행 시 별도의 10억 원을 의무불이행한 쪽에서 지불해야만 한다’는 조항을 뒀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서 A 씨가 소송을 제기했고, B 씨도 반소로 맞섰다. 양측은 각각 상대방 귀책사유로 공동사업계약을 해지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B 씨 손을 들어 줬다. 상고심에서는 위약벌의 약정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다르므로 해당 조항을 유추 적용해 감액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할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은 “현재 판례는 타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위약벌은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벌로서 위반자가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자율적으로 약정한 것이므로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약벌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을 유추 적용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관 7명은 “위약벌의 감액에 관해 손해배상액의 예정 규정을 유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의할 때 위약벌은 원칙적으로 감액할 수 없고 손해배상예정금은 감액할 수 있으며, 위약벌은 손해배상예정금의 성격을 함께 갖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