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법상 인정돼 온 법정지상권(토지 사용권리)이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1일 A 씨가 B 씨 등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토지의 원주인인 D 씨는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사망했다. 토지는 D 씨의 배우자인 C 씨에게 단독 상속됐고, 건물은 C 씨와 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됐다.
C 씨는 토지를 자녀 중 한 명인 B 씨에게 증여했고, 임의경매절차를 거쳐 A 씨가 토지를 매수했다.
A 씨는 자신의 토지 위에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를 넘기라며 소송을 냈다. B 씨 등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으므로 A 씨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원심은 B 씨 등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보고 A 씨 손을 들어줬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인정되려면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동일인이었다가 변경된 경우여야 하는 데, 증여 당시 토지는 C 씨 소유, 건물은 다수 공유자 소유로 동일인에게 속한 상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먼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법은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우리 법제는 토지와 지상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므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 사용관계에 관해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약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이를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전합은 “이 사건 토지 소유자인 C 씨가 지상 건물을 B 씨 등과 공유하면서 토지만 증여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 씨 등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