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는 1979년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됐습니다. 면세품을 구매한 여행객이 한국에 입국할 때 이 금액을 초과하면 20%의 관세를 내야 합니다. 자진 신고할 때는 30%가 감경돼 14%의 세율이 적용되고, 미신고시엔 가산세가 더해집니다.
1979년 당시 10만 원이었던 면세 한도는 단계적으로 상향돼 2014년 9월 600달러로 책정된 후, 8년째 변동 없이 유지돼왔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국민 소득 수준은 향상됐습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4025만 원으로 2014년(3095만 원) 대비 약 30% 증가했습니다. 국민총소득은 국민 생활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한 해 동안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인데요.
실제 국민 소득 수준이 향상한 데 비해 관광업계는 코로나 사태의 타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자 수 만해도 2019년 2871만 명에서 지난해 122만 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심지어 면세점 매출은 2019년 24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17조8000억 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정부 측에서 팬데믹 이전보다 여행업계 회복이 더디다고 판단할 만하죠.
우리나라 면세 한도는 OECD 평균(566달러)이나 유럽연합(EU) 평균(509달러)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다만 주변국들에 비해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인 것은 사실입니다. 면세 한도 수준이 중국은 5000위안(약 766달러), 일본은 20만 엔(약 1821달러)으로 한국보다 높습니다. 이에 8년씩이나 묶여있던 면세 한도를 고작 200달러 올려봤자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누리꾼들의 분석입니다.
여행자 면세 한도 상향 조정안이 ‘부자 감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물가 폭등으로 부담이 커진 중산층과 서민을 대상으로 한 경제 정책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여야 하는데, 정작 해외여행이 가능한 부자들의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겁니다.
실제 “면세점 소비자 대부분은 부자들일 텐데 그럼 부자들 감세해주는 것 아닌가”, “누가 면세 한도 줄여 달랬나? 당장 기름값부터 어떻게 좀 해봐라”, “국내 경기부터 살려야 하지 않나. 이런 건 서민 경제에 도움 안 된다”, “돈 없는 사람들이 하는 직구 한도는 줄이고, 해외 여행 자주 가는 부자들이 하는 면세 한도는 올리네”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한편 면세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안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업계의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워낙 힘든 시기다 보니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면세업계가 너무도 힘든 상황임을 조금 더 알아줌으로써 향후 더 많은 정부 지원책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