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나 교도소 등 국가 교정시설에 과밀수용된 수감자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전날 확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기죄로 구속기소 돼 2008년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출소했다. B 씨는 사기, 강제추행, 폭행 등 혐의로 구속돼 2008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부산구치소와 포항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들은 국가가 자신들을 과밀수용한 것이 위법이라는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심은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은 국가가 수용자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인 거실에 수용한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국가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필수적이면서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교정시설에 수용자를 수용하는 행위는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며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수용자가 하나의 거실에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수용된 경우, 화장실을 제외한 부분의 1인당 수용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구에 따른 일상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협소하다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러한 과밀수용 상태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시적인 수용률 폭증에 따라 부득이 수용 인원수를 조정하기 위해 단기간 내에 산발적으로 이뤄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로 수용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가가 수용자를 협소한 거실에 과밀 수용하는 것은 국가배상책임이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며 “1인당 도면상 면적 2㎡ 미만 여부를 위법성 인정 여부 판단 기준으로 삼은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던 C 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같은 취지로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