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담을 낮추면 시장과 민간 중심으로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것이란 기대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로 인한 기업의 고용 및 투자 효과는 불투명한 반면 상위 0.01%의 특정 기업 대상 법인세 혜택과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세수 악화는 명확한 상황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 그 비용으로 투자를 할 것으로 보는 건데, 이는 경제 낙수효과를 기대했다가 실패했던 이명박 정부 경제 정책을 반복할 뿐이다. 더구나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표방하면서 세수 부족을 야기하는 감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줄어든 세수는 다른 예산의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메운다지만 시장 친화와 안보 강화를 표방한 현 정부에서 경제나 국방 분야 예산을 줄일 가능성은 낮다. 결국 사회복지, 여성·가족 친화 관련 주목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을 줄여서 세입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법인세 인하를 꼭 해야겠다면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한해서 조건부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전략으로서 민간기업의 지역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법인세 지역차등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최근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 계열사 사업장들의 폐쇄와 구조조정이 잇따르자 지역사회에서는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한화는 구미의 방위산업 사업장을 충북 보은으로 통합 이전했고, 올해 2월 LG전자가 태양광 패널 사업 중단 발표한 데 이어 삼성물산도 11월부터 직물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산단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단체들도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2021년 기준 국내 상장사 2248개 중 72.7%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5년 70.2%에 비해 증가해 수도권 집중도가 더 높아지는 추세이다.
‘지방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비수도권 인구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양질의 일자리 확보, 즉 기업 유치가 근본적 해법으로 제시되고, 구체적 수단으로써 세제 개편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지방세연구원 조사결과 기업들의 투자지역 결정 요소로 ‘조세’를 주요하게 꼽는 등 현장에서의 정책 수요도 높은 상황이다. 지금도 정부는 기업의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세제 특례를 하고 있지만 기업의 지역 이전율은 턱없이 낮다. 실제로 지난해 SK하이닉스 유치를 위해 구미를 포함한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이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수도권인 용인시로 반도체 클러스터 설립이 확정되었다. 이 사례는 대기업이 조세 특례보다 수도권 인프라를 더 선호한다는 방증이다. 오히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수도권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면 기업들이 지방 이전보다 수도권을 선호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연구용역 보고서(‘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법인세율의 지역별 차등적용 방안’, 2020년)에 따르면 법인세율 조정으로 민간 기업 부문의 신규 투자가 7조7155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경남 1조1981억 원, 경북 1조1844억 원, 충남 8643억 원씩 늘 것으로 예측하였다. 여기에 신규 투자 증가에 따른 생산 유발효과는 14조9202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조3419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비수도권에서는 지속적으로 법인세 지역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이스라엘은 지역의 경제적 낙후도를 기준으로 국가를 2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낙후권역에 대한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와 함께 저율의 법인세를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이 결과 낙후권역의 산업고용과 소득향상이라는 실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낙후권역의 취업자 수와 1인당 가처분소득 증가율이 중심권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부가 막연히 경제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대기업 대상 법인세 인하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해 조건부로 법인세율을 인하한다면 ‘부자감세’라는 오명을 그나마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법인세를 인하하려면 일방적인 대기업 혜택이 아닌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적절히 구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 국가균형발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경제성장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