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가 오는 17일 이전에 원구성을 마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두 달여 가까이 공전 중인 국회 입법 기능이 제자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을 보면 21대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지 44일이 지난 13일 현재 619건의 각종 법안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20대 국회 시작일인 2020년 6월부터 따지면 무려 1만6422건이 2년 넘게 계류중이다.
적체된 채 방치된 법안 중에는 정부조직법, 공직선거법 등 정치현안 관련 법안뿐 아니라 최저임금법,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긴급복지지원법, 주거기본법 등 소시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법안도 다수 있다.
예를 들어 김수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6일 접수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면 휘발유와 경유 등 유류에 부과되는 탄력세율을 6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서민과 영세사업자 등의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물가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력세율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서민 경제활동의 부담을 경감하고, 기업의 경제활동을 촉진하여 물가안정과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원임에도 유가 부담을 낮춰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에 힘을 싣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일시적 2주택,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을 주택 수 계산에서 제외해 1세대 1주택자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정 요건을 갖춘 고령 및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해당 주택을 상속이나 증여·양도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1주택자가 이사 등으로 신규 주택을 취득했지만 종전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된 경우나 상속으로 다주택가 된 사례 등 투기 목적이 없는데도 다주택자로 분류돼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를 막자는 취지다.
서민이나 기업 등의 입장에서는 하루가 급한 사안들이지만 이들 법안이 제때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가 가까스로 원구성을 위한 출발선에 섰지만 정상가동까지는 아직 산 넘어 산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 등 민감 사안을 두고 여야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권성동 국민의힘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회동에서 “상임위 구성 전에 민생경제·인사청문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하자는 야당 측 제안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의장단이 구성됐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뽑고 상임위를 구성하면 바로 국회는 정상 가동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8개 상임위원장을 누가 맡을지에 대한 협상 과정만은 아니다”며 “정부의 들러리 수준으로 전락해있는 예결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서 국회가 국민 혈세를 제대로 심사하고 결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제는 안착시켜야 할 때가 됐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