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을 위한 국내 진단키트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에 장전한 ‘총알’을 기반으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표 진단키트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1636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말 3902억 원보다 약 3배 늘어난 규모다.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최근 M&A ‘빅딜’을 성사시켰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SJL파트너스와 미국의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를 약 2조 원에 사들인 것이다. 지분율은 에스디바이오센서가 60%, SJL파트너스가 40%이며, 연말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번 딜을 위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약 8000억 원을 썼다. 회사 측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벌어들인 현금의 3분의 1을 투입해 여전히 자금 활용에는 여유가 남아 있는 상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안의 유통망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북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낸다. 메리디안은 미국 내 소화기 감염 질환 진단 1위 기업이란 점에서 포트폴리오 확장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은 전 세계 체외진단의료기기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이 까다롭다. 메리디안은 FDA 등록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이 산을 넘은 셈이다. 또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영업망을 갖춘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호주 등에서 활약하는 메리디안의 결합으로 영향력을 전 세계 대부분 국가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메리디안 이전에도 잇따른 M&A로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브라질 체외진단기업 에코디아그노스티카를 474억 원에 인수했으며, 올해 3월에는 독일 체외기기 유통사 베스트비온을, 4월에는 이탈리아의 체외진단기기 유통사 리랩을 인수했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의장은 연내 또다른 유통사를 인수할 계획을 밝혀 추가적인 딜이 성사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엑세스바이오도 곳간이 든든하다. 1분기 말 기준 7698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1991억 원)과 비교해도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엑세스바이오의 1분기 매출은 8061억 원으로 전년도 연매출 5051억 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코로나19 자가진단 제품의 미국 매출 급증이 톡톡히 기여했다.
엑세스바이오는 전략적 파트너십과 M&A 등의 전략을 구사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5월 웨어러블 심전도 전문기업 웰리시스에 50억 원을 투자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전개에 나섰다. 기술력이 우수하고 시장성이 좋은 국내 제품을 발굴, 그간 확보한 미국 내 인허가 및 유통채널 노하우를 활용해 매출을 다변화하고 수익을 낼 예정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5819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쌓은 씨젠은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755억 원, 올해 1분기 297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씨젠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의 폭을 넓히고 접근성을 높여 생활 속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핵산 추출부터 유전자 증폭, 결과 분석에 이르는 PCR 전 과정을 완전 자동화한 검사 장비 ‘AIOS’를 글로벌 시장에 보급해 중소형 병원이나 지방의원까지 PCR 검사의 활용 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미국 사업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미국법인에 올해 3월 분자진단 전문가 리처드 크리거를 CEO로 영입해 FDA 인허가와 현지 생산 시설 구축 등을 총괄하고, 바이오 임상 전문가 글렌 핸슨 박사를 영입해 제품 개발과 상업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씨젠 관계자는 “주력 시장인 이탈리아, 독일, 캐나다에 이어 미국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며 “하반기 사업이 진척되는 대로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