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허 교수는 취재진에 “앞으로 한국 수학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역할이 더 커진 듯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행복하고 기쁘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달 13일 고등과학원 강연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국내 일정을 시작한다. 그는 “부모님과 그다음 주에는 제주도에 놀러 가기로 했다”며 웃었다.
그는 국내 학계에서 하게 될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 “여름 동안 고등과학원에서 근무한다”며 “고등과학원 연구원들과 연구 활동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수학자들은 열심히 공부한 것만큼 최근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젊은 학자들 눈에 도드라진 분들이 많다”며 “나는 그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미국에서 태어난 허 교수는 국적이 미국이지만, 한국 수학자들을 ‘우리나라 수학자들’이라고 부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청년들에게 “나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 돌아와 생각해보니까 구불구불했지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다”면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짝씩 걸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수학은 꾸준히 진득하게 앉아 절대 포기 안 하고 10년, 20년 하는 게 강조돼있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끔 적당한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공항에는 허 교수를 마중하기 위해 고등과학원 관계자들 등 학계 인사들과 허 교수의 배우자, 첫째 아들 허단(7)군 등 가족이 나와 있었다. 허 교수는 아들이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군중의 환호와 박수 아래 아들을 품에 꼭 안았다.
허 교수가 받은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 중요한 공헌을 한 수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상을 수여한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허 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으로, 이는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다. 허 교수는 리드 추측에 관한 선행 연구를 서울대 석사과정 시절 시작했다. 또 연구 상당 부분이 한국고등과학원(KIAS)에 머무는 동안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