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 위원 상당수가 경기 둔화 우려는 있지만, 물가를 잡는 것이 먼저라는 확고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경기 침체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7월에 추가적인 7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상과 9월에는 50bp의 인상을 확실히 지지한다”면서 “그런 다음에야 다시 25bp로 인상폭을 낮출지 논의할 수 있을 것이며, 만약 물가상승률이 내려갈 것 같지 않다면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경기 둔화 우려에도 물가 대응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과도한 긴축이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경제 활동에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면서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매우 안 좋은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자이언트 스텝에 무게를 실었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아칸소주 리틀록 지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이번에 75(bp)로 가는 게 훨씬 타당하다”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이미 자이언트 스텝에 대한 잠재적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연준의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26~27일에 열린다.
경기 침체 공포에 시장은 연일 변동성을 키우고 있지만, 연준 위원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월러 이사는 물론 불러드 총재도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이 30%에 달한다고 경고했는데, 이 같은 추정 확률은 높기는 하지만 경기 침체가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마이너스(-) 1.6%로 집계됐고, 2분기에도 역성장이 전망되지만 월러 이사와 불러드 총재 모두 이 수치에 의구심을 표명하며 경제 상황을 적절하게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8일에 발표 예정인 미국 6월 고용지표 역시 전월에 비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여 경기침체 신호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6월 비농업 고용이 25만 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5월 기록한 39만 명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실업률(3.6%)은 역대 최저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는 다른 신호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이번 주 평균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금리가 지난주 5.70%에서 5.30%로 0.40%P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모기지 금리는 기준금리가 상승할 경우 동반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기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투자에 수요가 몰리면서 모기지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웰스파고는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예상보다 빠르고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으로 소비 심리가 약화하고, 기업들이 물가 상승으로 인한 여러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겐하임과 노무라증권 등은 내년 말까지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