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최악의 증시 상황에서도 IPO를 밀어붙이고 있다. 교보생명으로서는 풋옵션 가격이 될 수 있는 공정시장가치(FMV)가 낮아야 유리해 증시 불황이 오히려 교보생명엔 상장 적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IPO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주주 간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IPO 완주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8일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교보생명 상장이 적격한지를 판단하기로 했다. 상장 예비심사는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위한 최종 관문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21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지 6개월여 만이다.
현재 IPO 시장은 글로벌 긴축 기조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 한파가 불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 상반기 코스피 상장을 계획했던 곳들도 연이어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유동성 축소로 증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공모 시장에 관한 관심이 시들해진 탓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교보생명은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하고, IPO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금을 상장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3분의 2가 넘는 주주가 조속한 상장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증시 불황일 때 상장을 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오히려 풋옵션 가격이 될 수 있는 FMV가 낮아야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보험주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상장 추진 이유로 꼽았다. 기준금리 인상 추세는 보험회사에 투자환경을 개선시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고 있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보험주가 조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만큼 상승여력도 충분하다.
실제 지난 4일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보험 지수는 하반기 들어 0.85%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38%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치다. 올해 전체로 보면 이 기간 보험 지수는 2.02% 상승했지만, 코스피는 22.7% 하락했다.
교보생명은 IPO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주주 간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분쟁의 단초가 공정시장가치(FMV)였던 만큼 IPO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투명한 FMV를 산출해 낼 수 있다"며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합리적인 FMV가 산출되는 것이 두려운 어피니티가 법적 분쟁을 지속하며 IPO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 회장과 어피니티의 악연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보생명 대주주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분 24%를 매각하려 할 때 어피너티는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 회장의 우호 지분세력으로 나선 것이다.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54억 원)에 인수했다. 그러면서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풋옵션 계약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신 회장과 체결했다.
이후 교보생명의 IPO가 지연되면서 어피니티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며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주당 가격을 40만9912원(총 2조122억 원)으로 평가했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행사 시점 주가인 20만 원대를 제시하면서 풋옵션 행사를 거부했다. 신 회장이 해당 가격에 풋옵션을 받아들이면 기존 회사 지분을 30% 이상 매각해야 하고, 어피니티 측의 지분을 전부 가져와도 지분율이 하락해 경영권을 위협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