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투자 확대 유도를 위해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투자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내놓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100곳 중 28%는 '상반기 대비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기업은 16%에 불과했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이었다. 이어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 주요 프로젝트 완료(11.5%), 글로벌 경기침체(9.1%), 하반기 실적 악화 전망(7.5%) 등이 뒤를 이었다.
하반기 투자 3대 위험 요소로는 고물가 지속(30.4%), 글로벌 통화 긴축에 따른 자산·실물경기 위축(22%),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훼손 심화(20.3%) 등이 꼽혔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한 기업은 그 이유로 '신정부에 대한 기대감(20.8%)'을 꼽았다. 신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정부의 감세 정책 추진 및 규제 완화와 맥을 같이한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법인세 과표구간(현 4단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가업상속공제 요건도 완화해 기업의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어주고, 투자·임금·상생협력 등으로 미환류된 소득의 20% 세액을 법인세로 추가 납부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도 폐지한다. 이러한 감세 정책이 기업의 투자·고용창출 유인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전경련의 조사 결과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신정부의 기대감에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가 계속돼 지난달 무역적자가 3개월 연속 이어갔고, 수출 증가율이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수출 성장세 또한 약화하고 있다. 여기에 고유가ㆍ고환율로 인한 소비자 물가 급등 지속에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다 물가만 오르고 경제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이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은 만큼 감세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와 기업 투자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각종 논문을 종합해보면 투자가 늘더라고 아주 조금 늘었다는 게 결론"이라며 "투자 증대로 이어질까라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 재정지출 여력을 약화시켜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세 정책을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기업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